불교 이야기

- 12. 걷기명상 -

수선화17 2022. 11. 12. 22:40

(자목 스님의 생활명상)

- 12. 걷기명상 -

 

걸음이 주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

‘빨리빨리’ 익숙한 현대인에게

걸음은 이동하는 방법에 불과

발바닥 감각 알아차리게 되면

지금 이 자리에 삶 존재함 알아

 

산책명상을 통해 걷기명상의 기본방법을 실습했었다.

걷기명상은 발바닥에 주의를 두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걸음을 주 대상으로 삼는 명상이다.

몸보다 머리를 많이 사용하는 현대인에게 매우 유익하다.

우리는 평소 빨리 빨리에 익숙해 한 걸음 한 걸음이 주는 기쁨을 알지 못한다.

그저 걷는 것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는 방법일 뿐이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 채 걷기도 하고 후회나 걱정과 근심에 빠져 걷기도 한다.

이때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발이 땅이나 바닥에 닿는 감각에 주의를 두며 걷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훈련은 걷는 동안 일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상대를 어떻게 대할지 등을 고민하지 않고 바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체험하게 해 준다. 

걷기명상은 발이 바닥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감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걷기명상에서 중요한 것은 잠시도 놓치지 않고

발의 감각을 알아차리겠다는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내 몸을 지탱하면서 많은 일을 하는 자신의 발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집중하겠다는 의도면 충분하다.

즉 명상이 처음인 사람은 편안한 마음으로 지나치게 애쓰지 않고 따뜻한 관심을 두고 걸으면 된다.

자, 이제 걷기명상을 함께 실습해 보자.

먼저 자신의 두 발이 몸 전체를 지탱하면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발의 수고로움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걷기명상을 실습하는 장소는 장애물이 없는 평평한 장소면 된다.

스무 걸음 정도 걸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공터나 공원 또는 거실이나 방도 좋다.

실내에서나 실외에서 자신의 걸음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면 된다.

처음 걷기명상을 실습하는 분들은 실내에서 충분히 연습해 보는 것이 좋겠다.

손은 앞으로 모은다.

발에 온전히 주의를 두기 위함이다.

시선은 약 2m 앞에 둔다.

걸으면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돌아보게 되면 걸음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걸음의 속도가 빠르면 마음이 급해질 수 있다.

마음이 편안한 속도, 발이 경험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속도면 된다.

그리고 이 발이 무슨 일을 하고 있나

호기심을 가지고 땅에 닿는 느낌을 알아차리겠다는 의도를 가진다.

준비됐다면 걷기명상을 실습할 장소에 선다.

편안한 마음으로 서서 깊이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을 세 번 한다.

그리고 발바닥에 주의를 둔다.

바닥에 접촉된 두 발의 무게감, 딱딱함, 차가움, 따뜻함 등 경험하는 감각들을 알아차린다.

이제 전방 2m에 시선을 두고 천천히 걷는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는 걸음으로 걷는다.

한 걸음 한 걸음에 주의를 두고 걷는다.

스무 걸음 정도 걸었다면 잠시 멈추고 다시 돌아서 한 걸음 한 걸음에 주의를 두고 걷는다.

걸음을 걷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이 일어나면 알아차리고 놓아버리고

다시 걸음으로 주의를 되돌린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왼발, 오른발 걸음이나 발바닥에 주의를 둔다.

왼발이 바닥에 닿는 것을 알고

오른발이 바닥에 닿는 것을 안다면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다.

두 세 차례 정도 왕복하며 걸음과땅과 접촉하는 발바닥에 온전히 주의를 두고 걷는다.

바닥에 닿았을 때 발바닥에서 경험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기만 해도 충분하다.

발을 들면서 바닥에서 떨어지는 발바닥의 감각을 알아차린다.

발을 앞으로 내딛으며 바닥에 내려놓았을 때 감각을 알아차린다.

이제 반대편 발을 들면서 그리고 내려놓으면서 발의 감각들을 경험되는 대로 알아차린다.

이것을 반복한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아차리겠다는 지나친 애씀은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발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따뜻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걸으면 충분하다.

원하는 만큼 실습한 후 제자리에 선다. 지금 여기 이렇게 서 있음을 알아차리고 마친다. 

하루 중 시간을 정해놓고 마음을 발바닥에 모으고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연습해 보자.

걷기명상으로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 삶이 존재하는 것임을 알게 되기 바란다.

자목 스님 동국대 경주 캠퍼스 교수 everviriya@hanmail.net
[1626호 / 2022년 3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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