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 마하수타소마 본생(‘본생경’ 537번) -
각전 스님의 본생담으로 읽는 불교)
- 18. 마하수타소마 본생(‘본생경’ 537번) -
① 식인왕 브라흐마닷다
식인에 중독된 왕, ‘맛’에 사로잡혀 무차별 살인
고기 못 구한 요리사가 사람 고기 요리해 왕에게 올려
감각기관 만족시키려 할수록 더 많은 욕망·불만족 따라
동족 식인, 전생 부모·자식 먹는 일·결국 자신 파멸시켜
부처님의 제자들 가운데 가장 인상 깊고 이색적인 인물 중 한 분이 앙굴리말라일 것이다.
그는 999명의 무고한 인명을 해친 살인마이면서도 출가하여 아라한이 된 분이기 때문이다.
앙굴리말라에 대한 전생이야기가 마하수타소마 본생이다.
이것은 앙굴리말라라는 인물만큼이나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있는데
그것은 현대에 올수록 심각해지는 중독(中毒)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매우 길기 때문에 여섯 번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기원정사에서 스님들이 잔인하고 피를 칠한 도적 앙굴리말라를
칼도 몽둥이도 쓰지 않고 부처님께서 조복하셨다고 한 것에 대해,
부처님께서 과거생에 아직 한정 있는 지혜밖에 얻지 못했을 때에도
그를 제도한 적이 있다고 하셨다.
옛날 코라바왕이 쿠루국의 인다팟타시를 다스릴 때
첫째 왕비의 아들이 태어났는데
수타(성지聖知)로부터 부자가 되게 한다고 하여 이름을 수타소마라 했다.
수타소마 왕자는 탁실라로 공부하러 떠났다.
그는 역시 공부를 하러 온 바라나시 카시국왕의 아들
브라흐마닷다 동자를 만나 친교를 맺었다.
거기에는 백 명의 왕자들이 공부하고 있었다.
수타소마는 얼마 가지 않아 모든 학술을 다 배우고는
브라흐마닷다와만 다니면서 그의 공부를 도왔다.
그는 사냥 나온 카시 왕이 쉬고 있을 때 그의 정수를 먹은 암사자에게서 태어났다.
시간이 흘러 다른 사람들도 학업을 마쳤다.
수타소마는 관상을 잘했으므로 브라흐마닷다 때문에 비상한 위험이 생길 것을 알고,
송별회 때 왕자들에게 보름마다 포살을 지켜 결코 살생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모두 각기 제 나라로 돌아갔다.
바라나시로 돌아온 브라흐마닷다는 사우다사왕이 되었고,
고기 없이는 식사를 들지 않았다.
그러므로 요리사는 포살일에 왕이 먹을 고기를 따로 두었는데
왕궁의 품종 좋은 개가 그것을 먹어버렸다.
요리사는 돈을 잔뜩 가지고 고기를 구하러 다녔지만 끝내 얻지 못했다.
그는 고기 없는 식사를 권했다가 목이 달아날 것을 두려워하여
밤이 깊자 송장 버리는 곳에 가서 갓 죽은 사내의 다리 살을 베어 와서
잘 요리한 다음 왕에게 식사로 권하였다.
왕이 그 고기 조각을 혀 끝에 놓자마자 7000의 미각신경을 자극해서 전신을 휘저었다.
그것은 전생에 먹어 버릇했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앞 전생에 야차로 태어나 많은 사람 고기를 먹었었다.
왕은 입에 든 고기를 가래와 함께 땅에 뱉어 버리고는
다른 사람들을 다 물리치고 요리사에게 물었다.
“이것은 무슨 고기냐? 사실대로 말해라. 그렇지 않으면 죽인다.”
늘 드시던 고기이며 충분히 요리했기 때문이라고 항변하던 그는
마침내 살려주십사 하고 사실대로 말했다.
왕은 “아무에게도 말해서는 안 돼. 평상시처럼 요리한 고기는 네가 먹고,
나는 사람 고기만을 요리해다오”하였다.
요리사가 그 고기를 어디서 구해 와야 하느냐고 묻자 왕은
“감옥 속에 많은 사람이 있지 않느냐” 하였다.
얼마 안 되어 감옥이 텅 비게 되었다.
그러고는 길 복판에 천금 다발을 던져두었다가 줍는 자를 “도둑놈이다!” 하고 잡아 죽였다.
그 뒤로 천금 다발을 돌아보려는 자가 없었다.
다시 밤의 통행금지 시간에 집 벽의 갈라진 틈이나
광장에 있다가 사람을 죽여 그 살을 베었다.
여기저기 시체가 널렸다.
“우리 아버지가 안 보인다. 우리 어머니가 안 보인다.
우리 형님이, 우리 누나가 안 보인다”하고 사람들은 비탄과 공포에 떨었다.
사람들은 왕에게 몰려가 호소했지만 왕이 거절하자,
카라핫티 장군에게 호소하였다.
장군은 군사를 풀어 사람 살을 먹는 도둑을 잡도록 했다.
요리사가 어떤 집 벽의 갈라진 틈에 숨어 있다가 한 여자를 죽여
그 탄탄한 살덩이를 베어 바구니에 넣고 있을 때,
장군의 부하들이 그를 붙잡아 때리고 묶었다.
대중들이 몰려와 그를 몹시 때리고는
사람 고깃살 바구니를 그의 목에 걸고 장군 앞에 끌고 갔다.
장군이 네가 그것을 먹느냐, 누구의 부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인가,
다른 고기에 섞어 파는가하고 묻자,
요리사는 우리 대왕님이 사람 살을 먹는다고 실토하였다.
왕은 저녁을 먹지 못한 채
요리사가 하마 돌아올까 하마 돌아올까 기다리면서 앉은 채 한 밤을 새웠다.
카라핫티 장군은 요리사를 묶어 목에 사람고깃살 바구니를 걸게 하고 왕 앞에 나아가
“대왕이 저 요리인을 보내어 여자나 남자나 마구 죽여서 그 살을 대왕이 먹었는가?” 물었다.
왕은 자신이 그랬다고 시인하였다.
“대왕님, 그런 일 마십시오, 인간의 살을 먹어서는 안됩니다.”
“카라핫티, 무슨 말인가. 나는 그만 둘 수 없다.”
“대왕님, 그만두지 않으시면 자신도 국토도 망하고 말 것입니다.”
“다 망해도 좋아. 나는 그만 둘 수 없다.”
중독은 신체적 중독(poisoning 혹은 intoxication)과 정신적 중독(addiction)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독성을 지닌 음식이나 약물 등이 몸에 들어와 이상 반응이나 질병이 발생하는 것이고,
후자는 약물, 사상, 사물 등에 빠져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다.
정신적 중독은 탐닉이다.
사우다사 왕의 고기 중독은 두 가지 함의가 있다.
하나는 탐닉 즉 정신적 중독의 문제이다.
불교는 이 문제의 근본을 보여준다.
그것은 12연기다.
12연기는 무명, 행, 식, 명색, 육입(六入, 눈, 귀, 코, 혀, 몸, 뜻),
촉觸, 수受, 애愛, 취取, 유, 생, 노사이다.
음식이 혀로 들어와(촉), 그것을 받아들이면(수), 맛이 좋다,
싫다는 애가 생겨나고, 맛을 거머쥐려는 취가 일어난다.
취의 탐닉이 중독이다.
감각기관을 만족시키려 할수록 더 많은 욕망이 생겨나고 더 많은 불만족이 따라온다.
먹을수록 배고프다. 불만족의 해소를 위해 더욱 욕망을 추구하게 된다.
과도해진 욕망의 추구는 중독에 이른다.
이것은 비단 맛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보는 것, 듣는 것, 냄새 맡는 것, 피부로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 등
여섯 가지 감각기관 모두에서 발생한다.
특히 맛과 약물, 돈과 여인, 사상에 대한 중독이
시대와 체재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켜왔다.
다른 하나는 동족을 먹는다는 점이다.
헤아릴 수 없는 생의 반복 속에서 자신의 부모와 자식 아닌 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서로를 연기해서 나고 죽는 것이다.
동족을 먹는다는 것은 전생의 부모와 자식을 먹는 것이며, 결국 자기 자신을 먹는 것이다.
그것은 파멸에 이를 수밖에 없다.
각전 스님 선객 agami0101@naver.com
[1650호 / 2022년 9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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