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마하수타소마 본생(‘본생경’ 537번) ⑤식인귀 조복2 -
(각전 스님의 본생담으로 읽는 불교)
- 22.마하수타소마 본생(‘본생경’ 537번) ⑤식인귀 조복2 -
비법 배척과 목숨 건 신의로 식인 끊도록 이끌어
중독 고통으로 눈물 흘리는 식인귀를 일관된 정법으로 치료
신의 지킨 수타소마 모범이 원동력…다짐 받아내는 지혜도
탐닉의 마지막 보루 약속 힘으로 깨고 식인귀에 오계 전해
이제 식인귀의 중독을 치료할 때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다.
식인귀의 입장에서는 중독을 끊는 것이 자기 해체의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타소마는 넷째 사례를 말했다.
‘너의 나라 사람들 어지럽고 두려움에 떨면서/
모두들 동굴 속에 숨어 산다./
왕이여, 인육 먹기 그만 두어라./
이것이 넷째 사례, 나는 바라네.’
식인귀는 이 말을 듣고 다음 게송을 외웠다.
‘참으로 그것 먹기 나는 즐겁다./
그 때문에 나는 숲 속에 수행자로 들지 못했네/
그런 내가 어떻게 그걸 그만 두겠는가?/
다른 넷째 사례, 다시 너는 청하라.’
수타소마는 ‘좋아한다고 해서
악을 범하는 자는 어리석은 자이다’라고 하면서 다음 게송을 외웠다.
‘자신의 입에 맛있다 해서, 사람의 왕이여/
제 정신 잃고 그 맛난 것에 빠지는구나!/
생명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것/
복과(福果)를 모아라, 죽은 뒤에 좋은 것 얻어지리.’
이 말을 듣고 식인귀는 사례를 줄 수도 없고
인육 먹기를 그만둘 수도 없어 눈에 눈물만 가득 고였다.
그리고 다음 게송을 읊었다.
‘사람 고기는 실로 내게 맛난 것/
벗, 수타소마여, 나를 이해해다오./
나는 그것 먹기를 그만둘 수 없나니/
다른 넷째를 다시 너는 청하라.’
수타소마는 말했다.
‘내가 좋아한다고 좋아하는 것 찾아/
계를 잃고 그 좋아하는 것에 빠지는 사람/
마치 취한 이가 독을 마시는 것 같나니/
그런 자는 저 세상에서 고통받으리.//
이 세상에서 조심해 좋아하는 것 버리고/
거룩한 법에 신고(辛苦)를 맛보지만 거기 빠지는 자/
어려움 겪어도 그는 진실로 좋은 것 마시는 것이니/
그런 이는 저 세상에서 행복 누리리.’
여기까지의 대화에서 식인귀는 즐겁고 맛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다고 항변한다.
이에 대해 수타소마는 식인귀의 탐닉이 그의 왕국 사람들을 두렵고 어두운 동굴 속으로
몰아넣는 피해를 주고 있으며, 가장 고귀한 생명을 해치는 것임을 들어 설득하고 있다.
내 좋다고 해서 나쁜 것에 빠져 남을 해치고 자신도 고통받지 말고,
거룩한 법에 빠져 행복할 것을 권한다.
이 단계에서 식인귀는 가엾이 울면서 다음 게송을 외웠다.
울음을 터뜨리는 것은 감정적 동요를 의미한다.
이제 견고했던 중독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나는 버리고/
즐거운 5욕(慾)마저 모두 버리고/
오직 그 때문에 숲에 수행자로 들지 못했나니/
어떻게 당신에게 그 사례 행하리.’
수타소마는 다음 게송을 외웠다.
‘현자는 두 가지 말 하지 않고/
정직한 이는 약속을 어기지 않네/
벗이여, 청하라고 너는 말했다./
그런데 너의 말이 지금은 틀리구나.’
식인귀는 울면서 다음 게송을 외웠다.
‘사람 고기를 바라는 그 때문에/
복덕과 명성과 영예를 끝내 팽개치고/
온갖 부덕과 불선, 부정 범했나니/
어떻게 이제 와서 당신에게 그 사례 주리오?’
식인귀는 자신의 탐닉을 위해 부모도, 즐거운 오욕도, 복덕과 명성과 영예도 버렸다.
중독에서 빠져나오기에는 너무도 많은 것을 이미 희생한 것이다.
그것을 생각해서라도 그만둘 수 없다.
이것이 중독이 쥐고 있는 최후의 보루이다.
이것을 떨치면 이제 탈출이다.
이에 수타소마는 식인귀가 읊은 최초의 게송을 인용하였다.
‘주었다 다시 빼앗아 가는/
그런 사례를 나는 하지 않는다./
주저 말고 말하라, 내 벗이여./
목숨을 버려서도 나는 주리라.’
이 게송으로서 목숨 걸고 사례를 반드시 주겠다고 했던 식인귀의 첫 마음을 환기시켰다.
그리고 다시 그의 용기를 북돋는 게송을 읊었다.
‘비법(非法)은 그것 위해 목숨 버려도 법 아니다./
정직한 사람은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
빨리 나에게 사례를 주라/
그래서 행복 얻으라, 뛰어난 왕이여.’
식인귀는 자신의 벗이자 스승도 되고 현자인 수타소마에게
사례를 약속하였으므로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그렇다.
누구나 반드시 죽는 것이다.
나는 이제 인육을 먹지 말자.
그리고 저에게 사례를 주자”하고 생각하였다.
그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섰다가 수타소마의 발끝에 몸을 던지고
다음 게송을 외워 네 번째 사례를 주었다.
‘실로 그 음식은 내게 맛나다./
나는 그 때문에 숲에 수행자로 들지 못했나니/
만일 당신이 끊기를 원하신다면/
그 사례 주리라, 나의 벗이여.’
수타소마는 계율을 가지는 이는 목숨까지도 사례로 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그에게 5계를 받으라 했다.
식인귀는 수타소마에게 5체 투지를 하고 5계를 받았다.
그러자 목신과 지신(地神)들과 사천왕과 범천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신들이 갈채하였다.
수타소마가 식인귀의 중독된 마음을 항복시키는 논의의 전개 과정은 눈여겨 볼만하다.
근저에 흐르는 기반은 비법에 대한 단호한 배척과 목숨을 건 신의, 즉 약속지킴이다.
먼저 수타소마는 식인귀의 탐닉의 기반을 비법이라는 비판으로서 무너뜨리고 있다.
이것은 두 사람이 주고 받는 게송들에서 논쟁의 대상 자체가 되지 않고 있다.
비법은 그것에 목숨을 바치더라도 무의미함을 확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신의이다.
수타소마는 자신의 목숨이 없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식인귀에게 돌아옴으로써 식인귀 역시 약속을 어떤 경우에도 지키게 하였고,
게송으로써 먼저 그 다짐을 받아내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수타소마는 식인귀가 가진 탐닉의 마지막 보루를 약속의 힘으로 깨뜨릴 수 있었던 것이다.
식인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단지 목숨 걸고 사례를 주겠다는 게송을 읊었기 때문이 아니라
신의를 지키는 수타소마의 행동이 선행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타소마가 칼을 두고 선서하였고 돌아와 목숨을 바쳤다.
사람의 한 마디 말은 천금보다 무겁다.
약속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평소에 약속을 잘 지키는 삶을 살아야 함을 느낄 수 있다.
어떤 고난에서 벗어날 때 약속을 지키는 마음이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른 한편으로 식인귀가 타인과의 약속으로 인해 중독을 끊을 마음을 냈다는 것은
중독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혼자서는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좋은 친구는 나에게 좋은 길을 가르쳐 주고 마침내 열반의 언덕에 데려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논쟁을 시작할 때 상대방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이
논의를 훌륭한 결론에 이르게 하는 바탕이 되어준다는 점이다.
수타소마가 상대할 가치조차도 없을 살인마, 식인귀에게마저도
장수하라는 축원부터 하고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 이를 말해 준다.
각전 스님 선객 agami0101@naver.com
[1658호 / 2022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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