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이야기

- <13> 거짓된 믿음을 가리는 법 -

수선화17 2023. 12. 19. 21:27

[용하 스님의 열반경 이야기]

- <13> 거짓된 믿음을 가리는 법 -

 

“종기 잘 치료되는지 점검하시라”

만약 자신의 믿음으로 인해

마음의 종기가 커지고 있다면

그 믿음은 버리는 것이 좋아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열반이라는 것은 종기(腫氣)가 없다는 뜻이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독화살을 맞고 큰 고통에 시달릴 때,

좋은 의사를 만나면 독화살을 빼고 묘약을 발라서 고통을 여의게 하고 안락함을 얻게 한다.

그 의사는 다시 모든 도시나 시골로 다니면서

병을 앓고 상처가 있는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서 병을 치료한다.

 

여래도 그와 같아서 등정각(等正覺)을 이루고 훌륭한 의사가 되어

중생들이 한량없는 세월 동안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번뇌 화살을 맞고

크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대승 경전의 감로 법약을 말씀하셔서 중생의 병을 치료하고,

다시 다른 곳으로 다니면서 번뇌의 화살이 있는 곳에서 부처가 되어 병을 치료하신다.

그러므로 대반열반이라 하는 것이며,

조복 받을 중생이 있는 곳을 따라서 여래가 그곳에 나타난다.”

 

가섭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세상 의사들이 모든 중생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습니까?”

“선남자야, 이 세상의 상처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치료할 수 있는 것이고 하나는 치료할 수 없는 것이다.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의사가 치료할 것이며, 치료할 수 없는 것은 의사가 고치지 못한다.”

 

“부처님의 말씀에 여래께서 염부제에서 중생의 병을 치료했다고 하시니,

만일 치료하셨다면 모든 중생들 가운데 어찌하여 열반을 얻지 못한 이가 있습니까?

만일 다 열반을 얻지 못하였으면 여래께서 어찌하여

치료하여 마치고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하십니까?”

 

“선남자야, 염부제의 중생에 두 종류가 있으니, 하나는 신심이 있고 다른 하나는 신심이 없다.

신심이 있는 이는 치료할 수 있으니, 왜냐하면 반드시 열반을 얻어 상처 난 곳이 없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염부제의 중생들을 치료하여 마쳤다는 것이다.

신심이 없는 중생은 일천제라 하여, 일천제는 치료할 수 없다.

일천제를 제하고는 모두 치료하였으므로 열반에는 상처 난 곳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 <대반열반경> 제5권 ‘여래성품’에서

 

<대반열반경>에서는 경전 전반에서 자주 여래를 의사에 비유한다.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의 세 가지 독화살로 인한 중생의 고통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며,

그 괴로움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중생을 안락의 행복으로 인도해 주시기 때문이다.

여래는 어떤 상처도 능히 치료할 수 있고,

또한 그 치료의 대상에 차별이 없으므로 ‘큰 의사’라고 한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도 치료할 수 없는 대상이 있다고 하시니,

그것은 곧 일천제, 즉 ‘믿음이 없는 자’이다.

믿음이 중요한 이유는 의사를 믿고

자신의 환부를 드러내어 맡기지 않는 한 치료가 불가능한 이치다.

 

그러나 불교에서 말하는 믿음이란 맹목적인 것이 아니다.

불교는 본질적으로 쉼 없는 실천과 성찰의 과정이므로,

항간에 떠들썩한 잘못된 신앙이 깃들 여지가 없다.

나의 믿음이 올바른지 확인하는 것은 간단하다.

곧 나의 종기가 잘 치료되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것이다.

만약 나의 믿음으로 인해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의 독화살이 뽑히지 않거나,

오히려 그로 인한 종기가 더욱 커지고 있다면 그 믿음은 빨리 버리는 것이 좋다.

 

[불교신문 3763호/2023년4월11일자]

용하스님/ 포천 정변지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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