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이야기

- <18> 해가 떴다고 달이 사라지랴 -

수선화17 2023. 12. 28. 21:09

[용하 스님의 열반경 이야기]

- <18> - 해가 떴다고 달이 사라지랴 -

 

정법은 단절되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의 입장에서 달을 보면 여섯 달 만에 한번 월식하지만,

여러 천상에서는 잠깐 사이에 이미 월식을 본다.

왜냐하면 그 천상의 세월은 장구하고 인간의 세월은 짧은 까닭이다.

선남자야, 여래도 역시 그러하다.

인간들이 여래의 수명이 짧다고 일컫지만

천인(天人)은 잠깐 사이에도 여러 번 월식을 보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여래는 잠깐 사이 백천만억 번의 열반을 시현하여

번뇌의 악마ㆍ오음의 악마ㆍ죽음의 악마를 끊는다.

그러므로 백천만억의 천마(天魔)들은 모두 여래가 반열반에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다시 무량한 백천 가지 선업의 인연을 행하니,

세간의 가지가지 성품에 따라 시현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량하고 가없고 불가사의한 것을 시현한다.

그러므로 여래는 항상 머물러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밝은 달은 중생들이 보기를 좋아하니, 달을 일컬어 ‘요견(樂見)’이라 한다.

만일 중생에게 탐욕과 진에와 우치가 있으면 요견하지 않는다.

여래도 역시 그러하다.

성품이 순수하고 선하고 청정하고 때가 없으니,

그야말로 최상의 요견이라고 칭하며,

법을 좋아하는 중생은 그를 보되 싫어함이 없다.

그러나 악한 마음을 지닌 사람은 우러러보고도 기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여래는 밝은 달과 같다고 말한다.

 

시절이 수상할 때면 누군가

말법과 단멸을 우려하지만

실로 여래는 뒤바뀜이 없어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뭇 별들이 낮에는 나타나지 않는데 이를 두고 사람들이

모두 ‘낮에는 별이 소멸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소멸하지 않은 것과 같다.

그것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태양 빛이 비치기 때문이다.

여래도 역시 그러하여 성문 또는 연각은 볼 수 없으니,

비유하면 세간 사람들이 낮에는 별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또 선남자야, 어둡고 캄캄할 때 해와 달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리석은 범부들은 해와 달이 소멸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로 해와 달은 소멸하지 않은 것과 같다.

여래의 정법이 멸진할 때에 삼보가 나타나지 아니함도

역시 그러하여 영원히 소멸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삼보의 진실한 성품은 어떤 모든 때로도 더럽힐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선남자야, 해와 달의 광명이 모든 빛 중에 최상이어서

일체의 모든 빛이 미칠 수 없는 것과 같이 대열반의 광명도 역시 그러하다.

왜냐하면 대열반의 광명은 중생들의 모든 털구멍들에까지 들어가기 때문이니,

중생들에게 비록 보리의 마음이 없더라도 그들을 위하여 보리의 인연을 짓게 한다.

그러므로 이 경을 대반열반경이라고 이름하는 것이다.”(<대반열반경> 제9권 ‘여래성품’에서)

 

해가 떴다고 달이 사라진 것이 아니며,

어두운 밤에 보이지 않더라도 해가 존재함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이러한 의미에 입각하여 대승의 불자들은 마땅히 여래에 대하여 상주심(常住心)을 일으켜야 한다.

시절이 수상할 때면 누군가는 말법을 이야기하고 단멸을 우려하지만,

실로 여래는 뒤바뀜이 없고 정법은 단절되지 않으며 승보(僧寶)는 멸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경에서는 오직 방편을 많이 닦으며 경전을 부지런히 배우면,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서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고 설한다.

 

포천 정변지사 주지 용하스님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