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이야기

- <32> 상자는 몸, 네마리 독사는 지수화풍 -

수선화17 2024. 1. 15. 21:33

[용하스님의 열반경 이야기]

- <32> 상자는 몸, 네마리 독사는 지수화풍 -

 

‘색수상행식’이라는 전타라로 쫓고

‘탐애’ 달콤함으로 유혹한다고 해도

 

그러나 아집은 집요하다.

5음(색ㆍ수ㆍ상ㆍ행ㆍ식)이라는 전타라를 보내어 끊임없이 쫓으며,

다시 거짓된 상자에 가두려 한다.

거짓으로 친근한 척하는 자는 곧 탐애(貪愛)이니,

탐애는 달콤함으로 유혹하지만, 애착을 낳고, 이별을 낳고,

미움을 낳아 끝내 아집의 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다.

 

어떤 임금이 한 사람에게 상자 하나를 맡기며 명하였다.

“상자 안엔 나의 보배가 있으니, 먹이를 주고 밤낮으로 보살피거라.

만약 그것들을 조금이라도 성내게 하면, 그대를 참수하여 저자에 구경거리로 삼으리라.”

 

그 사람이 상자를 열어보니,

안에는 독이 잔뜩 오른 독사 네 마리가 서로 몸을 칭칭 감은 채로 있었다!

그는 기겁하여 상자를 버리고 달아났다.

그러자 왕은 칼을 든 전타라(旃陁羅: 백정, 옥졸과 같은 인도의 최하층 계급)

다섯 명을 보내어 그를 쫓게 하였다.

 

그 사람은 전타라들이 따라오는 것을 보고 더욱 빨리 달아났다.

그러자 다섯 전타라는 가만히 다른 사람을 보내어 거짓으로 친근한 척하면서 돌아가자고 꾀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 말을 믿지 않고 달아나 어느 마을로 들어갔다.

그는 마을의 집들을 살펴보았으나,

사람도 보이지 않고 독이나 뒤주에도 아무것도 담긴 것이 없었다.

그가 망연자실하여 땅바닥에 주저앉았을 때 공중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가엽도다. 마을은 텅 비었고, 밤에는 여섯 도둑이 올 것이다.

만일 그들과 마주치면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터인데, 그대는 어떻게 면하려는가?"

 

그는 두려운 마음에 다시 마을을 떠나 달아났더니 이번엔 큰 강이 앞을 가로막았다.

물살은 급하고 배도 뗏목도 없었다.

그가 황망한 중에 풀과 나무로 뗏목을 만들면서 다시 생각하였다.

 

‘만일 뗏목으로 이 큰 강을 건너자면 중도에 물에 빠져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차라리 빠져 죽을지언정 저 독사나 전타라나 도적에게 피해를 입지는 않으리라.’

 

그 사람은 이내 뗏목을 물 위에 띄우고 그 위에서 온몸으로 물살을 갈랐다.

마침내 강을 건너가 저 언덕에 닿으니, 아무 걱정이 없고 마음이 태연하여 공포가 없어졌다.

 

-<대반열반경> 제23권 ‘광명변조고귀덕왕보살품’에서

 

이 이야기는 부처님께서 <대반열반경>을 수지하는 공덕을 말하며 드신 비유이다.

 

왕이 건네준 상자는 곧 몸을 의미한다.

그 빈 상자를 채우고 있는 네 마리 독사는 곧 지ㆍ수ㆍ화ㆍ풍의 4대이다.

우리의 몸은 항상하지 않고 결국엔 흙으로 돌아가지만,

우리는 그것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항상한 ‘나’라고 생각하고 아낀다.

행여 이 ‘나’를 아끼지 않으면 이내 아집이라는 왕이 성을 내고 악의를 드러낸다.

상자를 맡은 사람은 곧 <대반열반경>의 법을 들은 자로,

허망한 ‘나’와 상락아정한 ‘참나’를 가릴 줄 알기 때문에 상자 속의 독사를 여의고자 한다.

 

그러나 아집은 집요하다.

5음(색ㆍ수ㆍ상ㆍ행ㆍ식)이라는 전타라를 보내어 끊임없이 쫓으며,

다시 거짓된 상자에 가두려 한다.

거짓으로 친근한 척하는 자는 곧 탐애(貪愛)이니,

탐애는 달콤함으로 유혹하지만, 애착을 낳고, 이별을 낳고,

미움을 낳아 끝내 아집의 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다.

 

이 사람이 찾아든 마을은 곧 안ㆍ이ㆍ비ㆍ설ㆍ신ㆍ의의 육근으로,

이 사람은 마을이 텅텅 빈 것을 알아챘지만,

색ㆍ성ㆍ향ㆍ미ㆍ촉ㆍ법의 여섯 도적(육진)은 육근에 들어와 중생의 선한 재물을 빼앗는다.

이 사람이 다시 도망하여 바닥을 알 수 없는 ‘번뇌’의 강을 앞에 두고 고심한다.

독사와 도적의 무리에게 당할 것인가, 죽음을 무릅쓰고 강을 건널 것인가?

이 사람은 마침내 강을 건넜다.

이 사람을 곧 ‘보살’이라 하며, 그 뗏목은 6바라밀이다.

 

포천 정변지사 주지 용하스님 용하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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