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함께하기에

- 겨울 여행 -

수선화17 2024. 1. 18. 00:17

겨울 여행

- 詩 하영순 님 -

 

바람 쌩쌩 차창 밖
푸르고 푸르던 
산과 들이 알몸으로 떨고 있다
들리는 소리마다 칼바람

예전에 물 사발 얼어 터지는 소리 쨍쨍
문고리에 손이 쩍쩍 달라붙던
강추위가 있었지
그런 날도 있었지 

꽁꽁 얼어붙은 얼음장을 깨고
고무장갑이 뭔지도 모르고 
저 냇가에 빨래하던 어머니가 있었지
꿈같은 시절

지금 온 세상이 죽는 소리
포시러워서 죽는 소리다
추위를 잡아보자 얼마나 춥나
나는 겨울 여행을 떠난다.

을씨년스러운 차창 밖
우리조상이
우리 어머님들이 얼음을 깨던 그림을 그리며
긴 겨울잠을 자고 있는 추억을 깨고 싶다
싸늘한 달빛을 지고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