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이야기

- <44> 선한 원인이 선한 법을 낳는다 -

수선화17 2024. 2. 1. 22:40

[용하스님의 열반경이야기]

- <44> 선한 원인이 선한 법을 낳는다 -

 

좋은 벗 가까이 하면 바른 법 듣게되

선한 법 생기면능히 도를 수습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얻을 것이니

여래는 선성의 출가를 허락한 것

 

가섭보살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중생의 모든 근기를 아는 힘을 구족하셨으므로,

저 선성 비구가 선근이 단절되리란 것을 미리 아셨을 터입니다.

그런데도 그의 출가를 허락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내가 지난날 처음 출가하였을 때, 동생 난다와 사촌 동생 아난과 제바달다,

아들 라후라까지 모두 나를 따라 출가하여 도를 닦았다.

만약 내가 선성의 출가를 허락하지 않았다면 그가 다음에 왕위를 계승하였을 것이고,

그 권력으로 중생을 괴롭히고 부처님의 법을 파괴하였을 것이니라.

이런 인연으로 나는 그를 받아들였다.

 

선성은 설령 출가의 길을 가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로 선근을 단절하여 한량없는 세상에서 이익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출가하고 나서는 비록 선근을 단절하였더라도 계율을 받아 지니고,

어른과 장로와 덕 있는 사람을 공양하고 공경하였으며,

초선에서부터 사선(四禪)을 수습하였으니, 이것을 선한 원인이라고 이름하느니라.

이렇게 선한 원인은 능히 선한 법을 낳고, 선한 법이 일단 생기면 능히 도를 수습하며,

이미 도를 수습하면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니,

그러므로 나는 선성의 출가를 허락한 것이다.

 

선남자야, 여래는 중생이 선한 법과 선하지 않은 법을 구족한 것을 관찰하나니,

선성과 같은 사람은 비록 두 가지 법(선한 법과 선하지 않은 법)을 모두 구족하였더라도

머지않아 일체의 선근을 단절하고, 선하지 않은 근을 구족할 것이다.

왜냐 하면 이러한 중생은 선우를 가까이 하지 않고 바른 법을 듣지 않고

올바로 사려하지 않으며 법답게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인연으로 선근은 줄어들고 선하지 않은 근은 점점 늘어나니,

마침내 선근을 단절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래는 이 사람이 현재 세상이나 미래 세상에서 젊었을 때나 늙었을 때

응당 선우를 친근함으로써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의 바른 법을 듣게 되며,

그때 곧 다시 선근을 일으킬 것을 안다.

 

- <대반열반경> 제33권 ‘가섭보살품’에서

 

선성이 악우를 가까이하고, 삿된 견해에 미혹되어 부처님을 비방하여,

마침내 산 채로 아비지옥에 떨어지고 말았다.

혹자는 말하길, “출가하고도 아비지옥에 떨어지니,

12부경을 외고 4선정을 이룬들 무슨 소용이랴” 할 수도 있다.

선근이 끊긴 자를 일천제라 말하고, 일천제를 믿음이 없는 사람이라 한다.

스스로의 성품을 부정하니 어찌 그 성품을 볼 수 있겠는가?

무학대사의 “부처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인다”는 말씀에는

스스로 돼지가 되지 말고 부처가 되라는 의미가 내포되었다.

돼지가 된 선성이 언젠가 부처를 볼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선한 원인 즉 선한 행을 쌓은 바가 있기 때문이다.

 

<대지도론>에 이르길, 축생에게 공양하면 100배의 복을 얻고,

악인에게 공양하면 천 배의 복을 얻으며, 선인에게 공양하면 십만 배의 복을 얻고,

욕심을 여읜 사람(離欲人)에게 공양하면 10억만배의 복을 얻으며,

부처님께 공양하면 무량한 복을 얻는다고 하였다.

선성이 비록 아비지옥에 빠졌지만, 부처님과의 인연으로 그 보시의 복덕 또한 크다.

 

용하스님/포천 정변지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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