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함께하기에

- <39> “상대방 말과 행동에 옳다 그르다 하는가?” -

수선화17 2024. 10. 22. 22:51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증도가 강설]

- <39> “상대방 말과 행동에 옳다 그르다 하는가?” -

 

제75화 싫고 나쁜 마음이  들지 않게 하려면…

불가훼불가찬(不可毁不可)

체약허공물애안(體若虛空勿涯岸)

훼방도 할 수 없고 칭찬도 할 수 없음이여

본체는 허공과 같아서 한계가 없도다.

 

 강의

욕을 할 수도 없고 칭찬을 할 수도 없다는 말은,

지난 구절에서 수구(數句) 비수구(非數句)와 같이,

맞는 것도 상관없고, 맞지 않는 것도 상관없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즉 본체가 허공과 같으니, 있으나 없으나,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므로,

문제될 것도 없고, 상관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씀이다.

 

부처님을 향해 아무리 욕을 한들, 또는 칭찬을 한들, 부처님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왜냐하면 부처님은 분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욕을 하는 사람은 본인의 마음에 분별하는 업이 작동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아서 욕을 하는 것이니,

기분이 좋지 않은 과보를 받아서 다음에도 계속 기분 좋지 않을 과보가 생길 것이요,

 

칭찬하는 이 역시 마찬가지로, 칭찬의 과보가 생길 것이니,

부처님과는 전혀 상관없이 욕을 하거나 칭찬을 한 본인의 몫인 것이다.

따라서 마음을 깨친이는 훼방과 칭찬을 분별하지 않으니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은 당연지사인 바,

거꾸로, 마음 깨친 이가 상대를 보고 욕을 하거나 칭찬을 할 리도 만무하겠지만,

설사 그런다 하더라도 마음을 깨친 이는 분별심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나 마음을 깨치지 못한 상대의 입장에서는 분별심으로 인하여,

욕을 들으면 기분 나쁜 업이 작동할 것이고,

칭찬을 들으면 기분 좋은 업이 작동할 것이므로,

이 또한 자업자득(自業自得)의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본체는 허공과 같아 한계가 없다는 뜻은,

좋다 싫다는 분별심이 없기 때문에, 좋은 일도 아니요, 나쁜 일도 아니어서,

걸릴 것이 없으므로 무한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사람들은 좋은 것에 마음이 걸려서 나쁜 것이 나타나게 되고,

나쁜 것에 마음이 걸려서 다음에 또 나쁜 것이 나타나게 되는 인과가 계속 반복된다.

좋은 마음의 업에 따라서 좋은 일이 생겨나고,

좋은 마음의 인과 과보로 인하여,

싫은 마음의 업에 걸리게 되어 좋지 않은 일이 생겨나게 된다.

그러나 좋다 싫다 분별할 마음의 업이 없으면,

좋은 일도 생기지 않고 좋지 않은 일도 생기지 않게 되니,

바로 깨친 이의 마음이 그렇다.

 

따라서 좋다 싫다, 옳다 그르다 고락(苦樂), 시비(是非)를

분별하는 습이 크고 많은 사람은, 좋은 일도 많이 생기지만,

그만큼의 나쁘고 싫은 일도 많이 생기게 된다.

반대로 분별심이 적은 사람은, 좋은 일도 별로 없겠으나,

싫고 나쁜 일도 그리 생기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싫고 좋은 고락의 업에 의해 좋은 마음이 생길 때에 이르러,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이고, 싫고 나쁜 마음의 업이 생길 때에 이르러,

싫고 나쁜 일이 생기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은 싫고 좋은 고락의 인과에 따라,

마음 속에 좋은 업이 작동될 때 생기는 것이고,

싫고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은 싫고 좋은 고락의 인과에 따라,

마음 속에 싫고 나쁜 업이 작동될 때 생기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때문에 일이 생긴 후에 좋거나 싫은 분별된 감정을 드러내게 되면,

항상 인과의 업이 쌓여서 영원히 고락의 과보를 면치 못하게 되는 바,

고통과 괴로운 일이 반복하여 나타나게 될 것이니,

절대 선후를 착각하지 말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따라서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먼저 스스로 고락의 업인 분별심부터 없애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이는 요행을 바라거나 운에 맡겨서 될 일은 절대 아니니,

매사 좋고 나쁜 분별심을 갖지 않도록 스스로의 마음을 잘 살펴야 한다.

그 다음 분별하지 않는 마음으로, 기도와 참선, 보시와 정진을 필수적으로 행해야 한다.

 

총무원장 진우스님

[불교신문 3841호/2024년10월15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