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이야기

- 4. 극락의 중생세간 청정 -

수선화17 2025. 2. 1. 22:43

[미탄 스님의 아미타경]

- 4. 극락의 중생세간 청정 -

 

극락왕생하면 성불까지 이어져

이 세계는 정토 아닌 예토

극락 중생 반드시 부처돼

깨닫고자 하는 마음 가져야

성불, 쉽게 성취 못 할 경지

인도의 불교학자인 바수반두(Vasu bandhu)는

‘정토론’에서 극락을 두 가지 측면에서 청정하다고 합니다.

첫째는 기세간(器世間), 즉 그 나라 삶의 환경이 청정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중생세간(衆生世間), 다시 말해 그곳에 사는 중생이 청정한 것입니다.

극락이 삼계(三界)를 뛰어넘었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두 가지 요소를 인간세계에 빗대 보면,

삶의 환경이 살기에 적당하게만 인연된 것이 아니어서 괴롭고,

이곳에 사는 중생도 여러 업에 얽혀 편안하고 즐겁게만 살 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이 세계는 정토(淨土)가 아니라 예토(穢土)입니다.

원효 스님은 ‘무량경종요’에서 정토가 아닌 세계는 중생의 공통된 업으로 이루어졌고,

정토는 아미타불 서원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이런 차이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아미타경’은 극락의 두 가지 청정 중에서 기세간청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중생세간청정 중에서는 아미타불의 공덕과 극락 중생의 생활을 알려줍니다.

이 극락 중생은 극락에서 일생을 보내고

나면 다음에 반드시 부처가 되는 일생보처(一生補處)입니다.

극락은 중생세간이 청정하다고 했는데, 인간과 궁극적으로 무엇이 다를까요?

 

먼저 태어나는 방식이 다릅니다.

인간은 부모의 몸을 빌려 태어납니다.

부모의 DNA를 물려받고 비슷한 업을 공유합니다.

이것는 설명하지 않아도 경험으로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에 반해 극락 중생은 화생(化生)합니다.

부모 없이 연꽃이 피면서 바로 태어나는데,

이 말은 과거에서 물려받은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인간세상에 태어나는 것보다 훨씬 청정합니다.

 

둘째, ‘무량수경’의 제11원에 의거하면,

이렇게 화생하면 바로 정정취(正定聚)가 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깨닫고자 하는 마음을 절대로 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퇴전지(不退轉地)라고도 하며,

반드시 성불(成佛)하도록 결정된 상태입니다.

 

이 두 가지가 인간과 극락중생에게 보이는 확연한 차이입니다.

불퇴전지는 수행차제로 보면 결코 쉽게 성취할 수 있는 경지는 아닙니다.

용수의 ‘십주비바사론’에서는 보살 초지(初地)를 정정취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태어나는 방식이야 어떻게 할 수 없다 치더라도

성불하겠다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은

인간세계에서도 가능하지 않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다시 말해 ‘이생에 정정취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 불자들이 지향하는 신앙의 목표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과연 성불과 해탈(解脫)을 위해 불상(佛像) 앞에 엎드리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현실에 닥친 마음을 어지럽히는 문제와 현재를 살아가는 어려움을 해결하기에

급급해서 불자라고 하면서도 성불만을 위해서 절을 찾기는 분명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각 사찰도 이런 불자님들의 요구에 맞춰 기도하고 상담합니다.

종교의 세계에서도 하나의 윤회 바퀴가 돌고 있어 결국 극락에 왕생하여

이루는 정정취가 아니더라도 마음만의 불퇴전도 이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수승한 근기의 불자님들은 예외입니다.

 

그렇다고 불자로서 성불하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사는 것이 옳을까요?

잠시 하던 고민을 멈추고

부처님께서 중생에게 무엇을 가르치셨는지 자문(自問)해야 합니다.

지금 겪고 있는 아픔과 고통은

우리가 윤회의 고리를 끊지 못했기에 생긴 일인 것을 알아챈다면,

어떤 마음을 먼저 가져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천상, 인간, 아귀, 아수라, 축생, 지옥에 다시 태어나면

인간세상에서 겪는 고통이 끝이 없고,

만약 더한 고통을 만나면 중생 스스로 윤회의 바퀴에서

헤어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극락에 왕생해야 합니다.

극락에 왕생하면 끝이 아니라 성불까지 이어져

마치 부처님께 수기(受記)를 받는 것과 같습니다.

극락의 중생세간 청정은 바로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나의 모습이며,

극락에 왕생하기만 하면 바로 성불을 약속받게 되니 모든 업에서 풀려나게 됩니다.

 

오늘은 멀리 가지 마시고 중생세간청정을 희망하며

극락왕생을 발원하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나무아미타불

 

미탄 스님 mitankha@gmail.com

[1741호 / 2024년 8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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