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함께하기에

- 그 사람 -

수선화17 2025. 2. 26. 22:57

그 사람

- 詩 정호승 님 -

 

겨울 아침에 나무가 햇살을 등지고
무심히 자기의 그림자를 내려다본다
한 사람이 나무의 그림자를 밟고 지나간다
또 한 사람이 나무의 그림자를 짓밟고
바삐 지하철역쪽으로 걸어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뭇가지에 앉은 새의 그림자를 짓밟고
서둘러 버스에 오른다
오직 단 한 사람만이 천천히 나무 속으로 걸어들어가
아예 나무의 그림자가 되어버린다
그 사람
봄이 되면 꽃으로 피어난다고 한다
광화문 백목련으로 먼저 피어나고
소백산 철쭉으로 무더기로 피어나고
부석사 무량수전 앞마당의
키 큰 접시꽃으로도 피어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