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찬양분 - 2 -
[동명 스님과 함께 읽는 보현행원품]
- 8. 찬양분 - 2 -
맑고 밝은 말이 구업을 씻는다
보현행원 기간 정하지 않아
나의 찬탄은 끝이 없기 때문
보현보살 당연·평범한 서원
실천하기엔 결코 쉽지 않아
“나의 찬탄은 결코 끝이 없으며[無有窮盡],
생각에 생각이 이어져 끊임이 없되[念念相續 無有間斷],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느니라[身口意業 無有疲厭].”
우리는 기도하거나 수행할 때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7일 집중수행, 백일기도, 하안거, 동안거 등은
모두 기도하거나 수행하는 일정 기간을 둔 것이다.
그러나 보현행원은 일정 기간을 두어서는 안 된다.
보현행원의 마지막 문장이 바로 위와 같은 문장으로 끝나기 때문이고,
보현행원의 실천 덕목도 일정 기간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현행원 수행의 특징은 첫째, 결코 끝이 없어야 하고,
둘째, 오직 일념이 되어서 끊임이 없어야 하며,
셋째, 신구의 삼업으로 실천하되 조금이라도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보현보살은 모든 부처님께 예경하겠다는 당연한 다짐을 한 후에
이번에도 모든 부처님을 찬탄하겠다는 당연하면서도 평범한 서원을 세웠다.
보현보살이 당연하고도 평범한 듯한 서원을 강조했을 때는
그 서원을 실천하는 것이 실제로는 만만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친구가 만났을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돌아보자.
남을 칭찬하는 말을 많이 했는지, 아니면 남을 비방하는 말을 많이 했는지
돌아보면 우리가 남을 비방하는 말을 더 많이 하고,
또 남을 비방하는 말에 더 관심을 가짐을 깨닫는다.
‘천수경’은 정구업진언, 곧 구업을 맑히는 진언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진언의 뜻은 “길상이어라. 길상이어라. 대길상이어라.
묘길상이어라. 원만하여지이다”로 해석된다.
이는 찬탄하는 말이 말로 지은 업장을 씻을 수 있는 방편임을 말해준다.
말로 지은 악업은 보통 네 가지이다.
거짓말과 사기치는 말, 이간질하는 말, 험한 말 등이다.
광덕 큰스님은 “나쁜 말을 하면 한때 자기 직성이 풀린 것도 같지만,
실제로는 자기 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자기 몸에 병을 만들기도 하고, 어린 가족을 병들게도 하고,
자기 사업에 장애를 가져오게도 한다”
[‘보현행원품 강의’, 불광출판사, 2015(3판), 51쪽]고 말씀하셨다.
입은 마음이 드나드는 중요한 통로일 뿐만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다시 말해 마음을 열거나 닫아주는 문(門)이기도 하다.
‘천수경’을 읽는 이는 날마다 말로 지은 악업을 참회하고 씻는 진언을 읊고,
날마다 맑고 밝고 긍정적인 말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셈이다.
이미 구업을 지었다면 정구업진언을 읊으며
다시는 구업을 짓지 않겠다고 다짐해야 하는데,
그 다짐하는 방법이 곧 ‘찬탄’임을 명심해야 한다.
나를 비방하는 사람을 대처하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내가 항상 찬탄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해도
막상 자신을 비방하는 사람을 대하면 참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광덕 큰스님은 그 말이 나를 반성시키는
좋은 가르침이 아닌가 생각할 뿐, 결코 대항하거나
마음속에 받아들여 괴로워하거나 동요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자신에게 교훈이 되는 좋은 면을 받들고 감사한다면,
실체 없는 비방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지게 마련이다.
요즘 필자에게도 보현행원 실천을 더욱 굳건히 할 기회가 왔다.
필자가 거짓말을 했다고 억지를 부리는 이가 생긴 것이다.
이는 보현행원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라는 뜻으로 알고,
억울해하는 생각은 과감하게 버릴 것이며,
몸과 말과 뜻으로 찬탄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피로해지거나
싫어함이 생기지 않도록 돌아보고 또 돌아보아야겠다.
동명 스님 dongmyong@hanmail.net
[1773호 / 2025년 4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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