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사찰에서 전통문화 접할 기회 ‘단오’ -
[덕산 스님의 초심자를 위한 불교 첫걸음]
- 10. 사찰에서 전통문화 접할 기회 ‘단오’ -
어르신 발 씻겨드리고 소금단지 묻어
조계사·해인사, 단오 맞이해
소금단지 묻으며 화기 통제
빠른 시대 변화 속 전통문화
보존·계승해 조상 지혜 전달
단오라고 하면 창포에 머리 감는 아낙네들,
그네뛰기, 씨름, 쑥떡, 부채 나눔 등이 먼저 떠오른다.
옛날 궁궐에서는 관상감 벽사문(辟邪文) 찍기,
내의원 옥추단(玉樞丹) 제조, 단오선(端午扇) 하사 등을 행했다.
이런 단오 풍속은 조선시대 3대 세시기인 경도잡지(京都雜誌)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등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접는 부채가 세상에 널리 퍼진 계기를 ‘열양세시기’에서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영락(永樂, 1403~1424) 연간에 우리나라에서 접는 부채를 진공하였더니
황제가 이것을 보고 그대로 만들 것을 명하였다,
그 이후로 접는 부채가 세상에 널리 퍼졌다고 한다.”
오늘날 단오의 세시풍속은 용왕먹이기, 벌초와 성묘, 팔씨름, 널뛰기,
줄다리기, 진달래 부침 부치기, 익모초즙 마시기, 상추 이슬로 분 바르기,
여자들의 밭 출입 금지, 하루 쉬기 등이다.
필자가 어릴적 시골에서 한 번쯤 보고 들은 내용들인데,
세월이 지나며 다양한 모습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계사는 단오제 행사에서 전통 민속놀이와 함께 효도의 마음으로
불자 중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의 발을 씻겨 드리는 세족(洗足)식,
화기(火氣)를 다스리기 위한 ‘소금독 묻기’를 오랫동안 봉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불교계 단오 행사 속 옛 문화와 정신의 가치를 조명하는
불교무형문화유산 재조명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사찰에서 소금단지를 묻거나 전각 내 또는
외부의 특정한 장소에 두는 의례는 통도사 해인사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해인사는 풍수지리학 차원에서 사찰 주변 산에 화기가 많다며 바다의 기운이 있는
소금을 산꼭대기에 묻어 화기를 다스리는 옛 선조들의 지혜를 계승한다.
통도사 창건 설화를 보면 아홉 마리 용이 등장하는데,
이 중 여덟 용은 승천하였으나 한 마리 용은
대웅전 좌측 작은 연못인 구룡지(九龍池)에 남게 되었다
“‘염불화방지병(念不火防之甁)’ 우리 집에 한 분 손님이 있으니,
그분은 바다에서 오신 분[해중인海中人]이라
입에 하늘만큼의 용천수를 머금고 능히 불의 정령을 소멸하네.”
소금항아리에 위의 게송을 쓰고,
60여 개의 소금단지를 전각의 들보 머리에 얹혀 화기를 다스리고 있다.
소금단지에 쓴 게송으로 물을 상징하는 바다와 소금, 용의 조화로움을 잘 알 수 있다.
올해는 화재로 인한 사건·사고가 많다. 특
히 큰 산불로 천년고찰이 전소되어 옛 추억과 전통이 화마(火魔)에 휩쓸려갔다.
해외순례에서 세계문화유산 건축물이 덩그러니 남은 경우를 경험하곤 한다.
건물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조차 없는 모습을 볼 때면,
그 옛날 천여 명의 대중이 학문과 수행에 매진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우리의 전통문화도 마찬가지다.
도시의 발달과 주택문화의 변화 속에서 공동이 함께할 터전이 줄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여러 민속문화를 시연하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사찰이 미풍양속(美風良俗)을 보존하고 옛 모습을 복원하고 있다.
이는 현재를 넘어 미래 세대에도 정체성을 전하기에 중요하다.
이 일을 하는 전국의 사찰들은 진정으로 전통문화롤 보존, 계승하고 있다.
금번 단오에는 단 하루만이라도 지역 행사에 참가해 보기를 바란다.
덕산 스님 조계사 교육수행원장 duksan1348@nate.com
[1779호 / 2025년 6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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