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아침
- 詩 김우택 님 -
비 갠 아침 어머니가 울타리에 빨래를 넌다
간 밤 논물 보고 온 아버지의 흙바지며
흰 고무신 천둥번개에도 꿈 잘 꾼 손자녀석 오줌바지
구멍난 양말들이 햇살에 가지런히 널려간다
쪼들리는 살림일수록 빨래감은 많아
젖어 나뒹굴던 낱낱의 잡동사니
가렵고 눅눅했던 이불 속 꿈들이 줄지어 널려가는 울타리에
오이순도 넌출넌출 감겨 오른다
빗물 빠진 마당가엔 풀새들이 눈을 뜨고
지붕 위 제비떼 날개 말리는 비 갠 아침어머니가 빨래를 넌다
꺾인 팔은 바로 잡고 꼬인 다리는 풀어 주며
해진 목덜미 닳은 팔꿈치 아무리고 다독이면서
새옷보다 깨끗한 빨래를 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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