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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이야기

- 12. 승의제상의 일미성 -

by 수선화17 2025. 8. 1.

[이제열의 해심밀경의 마음학]

- 12. 승의제상의 일미성 -

 

분별 벗어난 마음이 부처님 마음

소승과 대승 차이점 가운데

진리의 다른 점 상세히 밝혀

대승은 ‘일미’로 모두 회통

세간법·출세간법 근본 이치

 

일반적으로 소승불교와 대승불교의 차이를 논할 때 자기 혼자만의 해탈을 추구하느냐

아니면 모든 중생의 해탈을 추구하느냐에 기준을 둔다.

둘의 차이가 불교 사상 전반에 걸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소승과 대승은 불타관, 보살관, 중생관, 세계관, 생사관, 심식관, 수행관 등

모든 면에 걸쳐 서로 다른 모습을 띤다.

‘승의제상품’에서는 이러한 소승과 대승의 여러 가지 차이 가운데에서도 법성(法性),

즉 진리의 차이점에 대해 상세히 밝힌다.

공한 도리를 가장 철저하게 깨달았다는 선현은 계속해서 부처님께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다.

 

“세존이시여! 제가 한때 수행처에서 머무르며 많은 비구와 가까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비구들이 해 질 무렵에 모여들어 각기 얻은 바가 있는 현관(現觀)에 의지하여

갖가지 상법(相法)을 말하고 그 깨달은 바를 기별하는 것이었습니다.”

 

부처님 당시의 출가 수행자들의 생활 문화 중 하나는

서로 모여 앉아 진리에 관해 토론하는 일이었다.

부처님께서는 늘 출가 수행자들을 향해 “모여서 세상일을 논하거나

잡담하지 말고 법에 관해 논하고 수행에 관해 말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본문에 나오는 현관(現觀)이란 지혜를 통해 드러난 지금

이 순간의 모든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집중수행인 사마타와 통찰수행인 위빠사나를 닦아 얻어진 지혜로서

모든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 보는 것을 현관이라 한다.

상법(相法)이란 드러난 현상을 의미한다.

지혜에 의해 포착되는 일체 현상들은 모두 상법이다.

불교의 깨달음은 바로 이 상법을 바르게 보고 바르게 아는 것이다.

그러나 소승의 상법에 대한 깨달음과

‘해심밀경’의 상법에 대한 깨달음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선현의 입을 빌어 소승이 깨달았다는 상법이 어떤 것들인지를 알아보자.

 

“그중 한 무리는 오온(五蘊)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깨닫는 것으로 기별을 삼고,

한 무리는 십이처(十二處)와 연기(緣起)를 깨달은 것으로 기별을 삼으며,

한 무리는 사식(四食)을, 한 무리는 사성제(四聖諦)를 깨닫는 것을,

한 무리는 오근(五根), 오력(五力), 칠각지(七覺支), 팔정도(八正道) 등의

삽십칠조도품을 닦아 깨달음을 얻는 것으로 기별을 삼습니다.

저는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 ‘저 장로들은 모두 증상만을 품고 이에 집착하여

승의제의 일체에 두루하는 심오한 일미성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해심밀경’과 같은 수준이 매우 높은 경전들을 이해하려면

먼저 초기경전인 니까야 계통의 가르침을 공부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대승의 관문인 반야경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위 본문에 열거한 갖가지 용어들은 독자들 각자가 공부해 익히기를 부탁드린다.

 

본문의 내용은 한마디로 승의제상은 소승이 깨달은 상법들과

그 차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소승은 지혜가 빈약하므로 오온, 십이처, 연기, 사식 등

제상의 법들을 깨달았다고 하나 ‘일미상(一味相)’인 승의제상을 알지 못하였다고 본다.

승의제상은 일미상으로 소승이 깨달은 상법들을 회통한다.

본문에서 열거하고 있는 오온, 십이처, 연기, 사식, 사성제 등

소승이 파악하는 일체의 상법들을 하나의 이치로 관통하는 것이 바로 승의제 상이다.

일미상이란 한 가지 맛을 지닌 모습들이라는 의미이다.

마치 모든 바다의 물이 하나의 짠맛이듯,

세간법과 출세간법의 근본 이치는 승의제상 하나로 통한다.

 

이러한 이치에서 보면 세상 모든 것은 오로지 승의제상을 떠나지 않아

차별계가 곧 무차별계이며 궁극적으로는 부처와 중생, 진리와 비진리,

세간과 출세간이 한 바탕이어서 불교라느니 불교가 아니라느니 언설조차 필요가 없게 된다.

결국 일미상인 승의제상은 분별을 벗어난 마음,

중생 누구나 갖추고 있는 원성실상의 부처님 마음이다.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 yoomalee@hanmail.net

[1733호 / 2024년 6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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