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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이야기

- 19. 부정관명상-3 -

by 수선화17 2023. 5. 1.

(일중 스님의 초기불교명상)

- 19. 부정관명상-3 -

 

부정함 명료히 보고 집착 벗어나기

청정도론이 제시한 부정 명상법

묘지수행, 순풍 때 홀로 찾아가

몸 더러움 반조하며 표상 취해야

수행 지속하면 초선정 결실 얻어

 

지난번에는 초기경전에 나타난 시체관찰 부정관명상에 대해서 간략하게 다루었다.

이번에는 ‘청정도론’에서 설명하는 구체적인 수행 방법론을 요약해 설명할 것이다.

현대인에겐 가능한 명상법이 아니지만,

초기불교명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청정도론’은 시체의 부패과정을 열 가지로 제시한다.

삼매 선정을 얻을 수 있는 집중대상이 열 가지라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1) 시체가 부푼 것 2) 검푸른 것 3) 문드러진 것 4) 끊어진 것

5) 뜯어 먹힌 것 6) 흩어져있는 것 7) 난도질당하여 뿔뿔이 흩어진 것

8) 피가 흐르는 것 9) 벌레가 버글거리는 것 10) 해골이 된 것 등이다.

 

‘청정도론’은 이렇게 설명한다. 시체의 부정한 표상(不淨想)으로

선정을 얻기를 원하는 수행자는 먼저 스승을 찾아가서

부정의 명상주제(Asubha-kammatthāna)를 배우고 질문해서 숙지하라고 한다.

그리고 스승님이 알려준 지침대로 바르게 닦아야 한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공동묘지로 갈 때는 감각기능을 제어하면서

마음챙김을 확립하고 동행인 없이 혼자서 가야 한다.

가는 길의 특징과 함께 오른쪽 왼쪽에는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둔다.

시체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안고 가면 악취로 머리가 어지럽거나

구역질이 날 수 있으니, 역풍을 피하고 순풍에 가야 한다.

갈 때는 반드시 장로나 다른 스님들에게 알려야 한다.

어떤 위험한 일이 벌어지면 도움을 주어야하기 때문이다.

 

둘째, 시체를 관찰할 때는 욕망의 원인이 될

이성의 시체보다는 동성의 시체를 관찰하는 것이 적절하다.

시체가 선명하게 보이는 곳에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으며,

쳐다보기에 적절한 곳에 서 있어야 한다.

너무 가까우면 두려움이 일어나고, 너무 멀면 더러움(부정함)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시체를 관찰할 때는 피부가 검은색인지 흰색인지 노란색인지 색깔로 구분하고,

초년인지 중년인지 노년인지 특징으로도 구분한다.

그 다음 머리와 목의 모양, 손, 가슴, 복부, 배꼽, 엉덩이…등의 모양을 구분하여 관찰한다.

그리고 ‘이 시체에는 서른두 가지 더러움이 가득 차 있다’고 반조하면서 표상을 취해야 한다.

과거에 수행한 공덕이 있다면 부정한 표상을 쳐다보는 바로 그 자리에서

닮은 표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넷째, 만약 그곳에서 닮은 표상이 일어나지 않으면,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

뼈의 주요 관절들을 낱낱이 주시하고, 눈, 코, 입 등 트인 구멍을 주시하고,

몸의 오목한 부위나 볼록한 부위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렇게 시체를 찬찬히 주시할 때, 부푼 모양의 부정한 표상이 선명하게 나타나는 곳에서

‘부푼 것, 부푼 것, 부푼 것’이라고 주시하고 집중한다.

백 번 천 번 눈을 뜨고 쳐다보면서 표상을 취해야 하고 눈을 감고 전향해야 한다.

이렇게 반복할 때 ‘부정한 표상, 혐오스러운 표상’을 얻을 수 있다.

즉, 눈을 떴다가 감을 때,

혹은 감고 나서 마음으로 전향할 때 그런 표상이 나타나면 잘 취한 것이다.

 

다섯째, 부정한 표상을 얻었으면 묘지에 계속 머물지 말고 거처로 돌아와야 한다.

만약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과의 대화로 익힌 표상을 잃어버렸다면,

다시 공동묘지에 돌아갈 필요는 없다.

묘지를 가는 시점부터 익혔던 길과 묘지의 주변 특징들을 잘 반조하고

회상하면서 다시 표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익힌 표상은 두렵고 섬뜩한 형상으로 나타나지만,

닮은 표상은 건장한 사람이 배불리 먹고 누워있는 것처럼 나타난다”고 ‘청정도론’은 설명한다.

 

이런 방법으로 수행할 때 닮은 표상이 일어나고

마음은 거기에 집중되기 때문에 오장애는 가라앉고, 선정의 요소들은 나타난다.

닮은 표상이 나타나는 순간이 바로 근접삼매의 단계이다.

그렇게 수행을 지속할 때 수행자는 초선정을 얻게 된다.

이것이 시체를 관찰하는 부정관명상의 이익이자 수행결실이다.

몸의 부정한 본성을 명료하게 보았기 때문에 탐욕이나 애욕,

집착이나 자만에서 벗어나 마음은 열반 쪽으로 향하게 된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658호 / 2022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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