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하 스님의 열반경이야기)
- <2> 눈먼 거북의 기쁨 -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여전히 부처님 법문 듣고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공양 올릴 수 있는 시대 살고 있어
좋구나. 내가 이익을 얻었다.
인간의 몸을 잘 얻어서
탐욕과 성냄 등을 모두 버리고
삼악도를 영원히 떠났다.
좋구나. 내가 이익을 얻었다.
금으로 된 보배 덩어리를 얻었듯이
조어장부·천인사를 만나 뵈어서
축생에 떨어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부처님은 우담화와 같으니
만나 뵙고 믿기가 어렵다지만
만나 뵙고 선한 뿌리 심었으므로
아귀의 괴로움을 영원히 멀리하고
아수라 무리까지 능히 감소시켰다.
부처님은 세간법에 물들지 않으니
연꽃이 물속에서도 물에 젖지 않는 것과 같을지니
유정(有頂)의 종자마저 잘 단절하여
나고 죽는 물결을 영원히 건너셨네.
사람으로 세상에 태어나기도 어렵지만
부처님 만나기는 더욱 어려우니
큰 바다의 눈먼 거북이
떠다니는 나무 구멍을 만나는 것 같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시는 것은
겨자씨를 던져 바늘 끝을 맞추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거늘
나는 이미 보시를 구족하여
인간과 천상의 생사를 모두 건넜다네.
내가 지금 바치는 음식으로
위없는 과보 얻기를 원하노니
모든 번뇌의 매듭을 파괴하여
견고한 굴레를 없애버렸다.
마치 볼품없는 이란(伊蘭) 꽃에서
전단향기가 나듯이
여래께서 나의 공양 받아주심은
더러운 이내 몸에서
전단향 자아냄과 같아라.
그러한 까닭에 나는 환희한다.
- <대반열반경> 제2권 ‘수명품’ 순타의 게송 중에서
이것은 최후의 공양자 순타(純陀)의 게송이다.
순타는 게송에서 자신이 얻은 세 가지 복을 노래하였다.
그 첫째 복이 인간으로 태어났음이니,
인간은 자각(自覺)하는 존재, 즉 스스로 깨달을 줄 아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부처님이 나신 세상 만나는 복이니,
인간이 비록 자각하는 존재일지언정, 완전한 깨달음(大覺)을 이루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지금 순타가 부처님을 뵙고 그 법문을 들을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마치 자그마한 겨자씨를 던져 바늘 끝에 꽂히듯이,
눈먼 거북이가 망망대해의 한가운데서 나뭇조각을 만나듯이 희유한 행운이다.
셋째는 부처님께 공양을 올릴 수 있음이다.
이것은 부처님의 대자대비와 무상보리에 연결되는 행이니,
오탁(五濁)에 찌든 나로부터 불성(佛性)이라는 전단향을 끌어내게 하는 공덕이다.
그러므로 순타는 환희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세 가지 복에 환희하는 이가 어디 순타 뿐이랴.
혹자는 부처님의 부재를 말하고, 혹자는 말법의 시대를 운운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우리는 여전히 망망대해의 눈먼 거북이 만난 행운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불교신문 3751호/2023년1월17일자]
용하스님/포천 정변지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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