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신심명 강설]
- <23> “모든 것은 인과의 그림자 거품 꿈 이슬과 같다” -
제43화 좋고 나쁨이 없다
본문
미생적란(迷生寂亂) 오무호오(悟無好惡)
미혹하면 고요함과 시끄러움이 생기지만,
마음을 깨치면 좋고 나쁨이 없다.
강설
편하다는 생각과 불편하다는 생각이 아직 남아 있다면,
마음을 깨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골치 아프다거나, 속상하다거나, 괴롭고 고통스럽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짜증이 나고 화가 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은,
고요함과 시끄러움, 좋고 나쁨의 분별심(分別心)이 마음에 가득 차 있다는 증거이다.
옳고 그르다는 생각이나, 좋고 나쁘다는 두 마음의 분별심(分別心)이 사라지면,
이는 곧 마음을 깨친 것이 되므로, 이때는 무엇을 보거나 듣거나 생각하거나,
어느 때, 어느 곳에 있더라도 중도(中道)의 마음으로써 한없이 편안한 마음이 된다.
그러므로 이런 일을 대해도 저런 일을 대해도, 이런 생각을 해도 저런 생각을 해도,
그 어떤 현상과 생각을 하더라도 좋고 나쁜 고락(苦樂)의 분별심(分別心)이 없어야 한다.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생기면
‘마음이 아직 인과(因果)의 업(業)에 걸려있구나’하고 깨닫고,
나쁜 것이라고 생각되는 일이 생기면
아직도 마음이 인과(因果)의 업(業)에 걸려있구나 하고 깨달아야 한다.
좋은 것은 나쁜 업(業)을 낳고, 고요한 것은 시끄러운 업(業)을 낳는다.
좋고 나쁜, 고요하고 시끄러운 분별(分別)의 업(業)을 멸해야,
비로소 마음의 평안을 가져온다.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좋은 것은 좋다고 느끼되 집착하지 않고,
나쁜 것은 나쁘다고 느끼되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좋은 것은 좋다고 생각하되, 동시에 인과(因果)를 생각하며,
나쁜 것은 나쁘다고 생각하되, 동시에 인과(因果)를 생각하며
곧 지나가리라고 관(觀)하면 된다.
또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일이 생기더라도,
결국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공관(空觀)을 가져야 한다.
동시에 “모든 것은 인과(因果-이것이 생기면 저것이 생기는)의 그림자요, 거품이요,
꿈이요, 이슬과 같은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항상 잊지 않고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이곳에 있든, 저 곳에 있든, 이런 일이든 저런 일이든,
그 어떤 일이든 그 어떤 곳에서든,
고락(苦樂)이라고 하는 인과(因果)의 업(業)은 끊임없이 작동하는 것이므로,
좋은 것에 대한 욕심이나 집착을 가지는 만큼,
나쁜 것의 과보(果報)가 나타나서 괴로움을 가져온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고락(苦樂)의 감정을 일으키지 말고
스스로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대하면서 그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더라도
집착하는 생각과 감정을 곧바로 지워야 한다.
이러쿵저러쿵 미리 걱정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저 할 뿐이다.
고통과 괴로움은 내가 원하고 바라는 욕심의 대가인 인과의 모습일 뿐이다.
그저 말할 뿐, 그저 생각할 뿐, 그저 집착과 미련을 갖지 않을 뿐이다.
그 외 모든 것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일 뿐이다.
기도로서 집착을 멸하고, 참선으로 인욕(忍辱)하고, 보시로서 마음 비우고,
정진으로 그저 행하여,고락(苦樂) 인과(因果)의 업(業)을 멸해 나갈 뿐이다.
송(頌)
좋은 것은 나쁜 것의 전조(前兆)요,
고요함은 시끄러운 전조이다.
좋은 것과 고요함에 집착하지 않으면
나쁜 것과 시끄러움도 사라진다.
제44화 기분 나쁘게 하는 것
본문
일체이변(一切二邊) 양유짐작(良由斟酌)
모든 두 가지 경계는,
헤아려 짐작하기 때문에 생긴다.
강설
이번에도 분별(分別)을 이야기하고 있다.
분별하지 않으면 두 가지 경계는 일어나지 않는다.
분별(分別)은 본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나의 몸인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육근(六根)
즉, 보거나, 듣거나, 냄새 맡거나, 맛보거나, 촉감을 느끼거나,
이들을 생각하는 것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다.
눈으로 보고 ‘이렇게 생겼구나’, ‘귀로 듣는 것은 이런 소리구나’,
이런 냄새, 이런 맛, 몸으로 부딪치는 것은 ‘이런 느낌이구나’하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돈을 보고 좋아하거나, 아름다운 것을 보고 좋아하거나,
이쁜 소리를 듣고 좋아하거나, 좋은 냄새와 맛 좋은 음식,
부드러운 느낌, 즐거운 생각으로 좋아하거나 하는 육식
(六識 눈, 귀, 코, 혀, 몸, 생각에서 느끼는 것)으로 감지하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좋은 것은 나쁜 경계를 만들고, 이쁜 소리는 추한 소리를 만들며,
좋은 냄새는 독한 냄새를, 맛 좋은 음식은 맛없는 음식을,
부드러운 느낌은 거친 느낌을, 즐거운 생각은 괴로운 생각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니,
이를 이변(二邊) 즉, 두 가지 경계라 한다.
이 이변(二邊)은 한 가지만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바로 인과(因果)로 이어져서 고락(苦樂)의 분별(分別)을 만들어
이를 인과(因果)에 의한 과보(果報)라고 했다.
바로 이 두 가지 분별에 의해 인과(因果) 과보(果報)를 반복하는 삶을 중생의 삶이라 한다.
이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삶을 사는 듯이 보이지만,
고락(苦樂)의 인과(因果)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
즉,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그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즐거움과 괴로움을 느끼는 질과 양은 똑 같다는 말이다.
다만, 즐거움을 조금 느끼는 사람은 괴로움도 조금 느끼게 되고,
즐거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은 괴로움도 많이 느끼고 살아가게 된다.
즉, 욕심이 작은 사람은 고통 역시 작고, 욕심이 많은 사람은 고통 역시 많게 되는 법이다.
지옥의 중생은 욕심이 많아서 즐거움을 많이 느낀 과보(果報)의 중생들이고,
천상의 중생은 욕심이 아주 작아서 즐거움도 아주 작게 느끼는 과보(果報)의 중생들이다.
따라서 중생의 삶은 욕심에 비례하여 고통과 괴로움의 인과(因果)를 받는다.
부처의 삶은 욕심이 제로이기 때문에 고통과 괴로움의 인과(因果)도 없다.
만약 어떤 이유에서 걱정과 근심, 괴로움을 느끼거나 느꼈다면,
이는 내가 욕심을 부린 인과(因果)의 대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즐거움과 기쁨, 행복을 즐겼다면 이 또한 인과(因果)의 과보(果報)를 만들고
괴로움과 슬픔, 불행의 과보(果報)를 저축한 것이 된다.
그러므로 말을 하든, 생각을 하든, 그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좋고 나쁜, 즐겁고 괴로운 두 가지 경계가 생기는 것은,
바로 양유짐작(良由斟酌) 즉, 헤아려 짐작하는 분별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엇을 보되 좋고 싫음의 분별로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무엇을 듣되 좋고 싫은 분별심으로 듣지 말고 있는 그대로 들어야 하고,
냄새와 맛, 촉감과 생각 역시 분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과(因果)의 업(業)이 생겨 한번 좋으면 어떤 형태로든 한번 싫은 것이 나타나게 되고,
한번 즐거우면 어떤 형태로든 한번 괴로워지게 된다.
다만, 이 같이 인과(因果)에 의한 과보(果報)는 시절인연(時節因緣)에 따라
한치 오차없이 지금 당장 나타날 수도 있고,
나중에 또는 죽은 다음에 나타날 수도 있다는 차이 뿐이다.
부처님께서는 무엇을 바라거나 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무엇을 하든,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장소에 있든, 분별(分別)하는 마음이 있으면 괴로움이 생기고,
분별함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괴로움의 인연을 만나지 않게 된다고 하셨다.
그러므로 욕심은 분별(分別)을 낳고, 분별심은 괴로움을 낳는다.
엎치락뒤치락 하며 생로병사(生老病死)를 거듭하여 윤회하기 때문에,
끝없는 고락(苦樂)의 연속이 반복되는 것이다.
윤회(輪廻)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좋고 나쁜 분별심을 갖지 말아야 한다.
말을 할 때나, 생각을 하거나, 어떤 인연을 만나더라도,
감정의 마음을 내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기도와 참선, 보시와 정진은 분별심을 없애는 최고의 방법이다.
송(頌)
이 세상 모든 것은 분별(分別)의 모습
분별은 나의 마음으로 만드는 것.
고락 인과의 분별심은 과보를 받게 되고
분별심을 없애면 그대로 극락.
[불교신문 3779호/2023년8월1일자]
총무원장 진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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