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증도가 강설]
- <29> “상대가 어떻든 내 감정 흔들리지 않도록 단속하라” -
제55화 공(空)과 숫자 영(0)의 관계
무상무공무불공(無相無空無不空)
즉시여래진실상(卽是如來眞實相)
모양도 없고 공도 없고 공 아님도 없음이여
이것이 곧 여래의 진실한 모습이다.
강의
일체(一切)의 모든 물질과 마음(생각,느낌)은 생로병사(生老病死)하고
성주괴공(成住壞空), 생주이멸(生住異滅)하여 결국은 모두 사라지고 만다.
이를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하고 제법무아(諸法無我)라 했다.
사라지지 않는 것은 없으니 나라고 할 만한 실체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를 공(空)이라 하는데, 수학에서의 영(0)과 같다.
영(0)을 아무리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어도 결국 영(0)이 된다.
따라서 모양이 있는 것 같아도 결국 없는 것이요,
공이라 하는 것 조차도 없는 것이 된다.
이를 이름하여 여래(如來)라고 하는데,
이 또한 여래라는 실체가 있어서가 아니라,
무어라고 표현할 수도 없고, 표현하면 표현하는 그 조차도
공(空, 0)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름이 그러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보고 듣고 만지고 부딪치는 이 모든 물질과 감정은 무엇인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한마디로 똑 부러지게 설명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처님께서도 처음에는 화엄경을 설법하셨다가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한다 싶어서 아함경으로 쉽게 설명하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체가 모두 공(空)이고 설사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지라도
결국 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들이므로,
실제 있는 것으로 잘못 착각하여 집착하거나
속고 애태우는 만큼 얻을 것도 없고 잡을 것도 없는 것이니,
결국 스스로 생각하는 것에 속고 속아서, 속상하고 괴로움을 자초한다는 말씀이다.
애초부터 없었다면 잃을 것도 없으므로 마음에 변동은 없겠으나,
만약 길에서 우연히 금덩이를 줍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기분이 몹시 좋았으나,
이내 주운 금덩이를 잃어버렸다면,
차라리 줍지 않은 것보다 더 좋지 못한 기분이 되는 것과 같이,
우리네 삶도 이와 유사하다 하겠다.
삶이란 플러스적인 요소와 마이너스적인 요소가 똑같이 나타난다.
봄이 있어 가을이 있고, 겨울이 있어 여름이 있다.
적도가 있으니 북극과 남극이 있고,
땅을 판 만큼 웅덩이가 생기면서 불어난 곳이 있기 마련이다.
마음도 이와 똑 같아서 기분이 좋을 때와 기분이 나쁠 때의 질량(質量)은 같다.
좋은 감정의 질량만큼 나쁜 감정의 질량도 똑 같이 나타난다.
다만, 해 뜨는 시간과 해지는 시간이 다르듯이
마음의 감정도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시간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그 무게와 부피의 질량은 똑 같다.
그러니 플러스가 1이면 마이너스가 1이고,
기분 좋은 플러스가 100이면 기분 나쁜 마이너스의 마음도 100이 된다.
때로는 1에 해당하는 좋은 기분과 10에 해당하는 좋은 기분,
50에 해당하는 미치도록 좋은 기분이 생길 때가 있는가 하면,
그에 반하는 인과로 말미암아 1에 해당하는 나쁜 기분과
10 또는 50에 해당하는 죽음에 이를 정도의 나쁜 기분이 나타나는 때가 있으니,
어찌 되었든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합은 똑 같은 과보로 나타나는 것이므로
결국 공(0)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따라서 왕으로 살든 거지로 살든, 대통령이 되었든 노동자가 되었든,
잘 생겼든 못 생겼든, 정상적인 몸을 가졌든, 몸이 불편하게 되었든,
일이 잘 되든, 잘 못되든, 이기든 지든, 옳든 그르든,
이러한 모양과 조건은 그저 이슬과 같이 금방 사라지는 인연들에 불과하므로,
실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누구라도 기분이 좋고, 즐겁고, 기쁘고, 행복한 무게와 부피만큼,
똑 같이 기분으로 나쁘고, 괴롭고, 슬프고, 불행한 과보가 나타난다는 것이니,
이는 모양과 조건과는 별개로 고락의 인과가 따로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를 인과라 했다.
그러니 이제는 제발 더 얻으려 하거나,
더 가지려고 하는 것은 더 잃게 되거나,
더 사라지게 되는 과보와 동반한다는 것을 철저히 믿고,
매사에 있어서 순간순간 일어나는 분별하는 마음을
철저히 제어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깊이깊이 명심해야 한다.
총무원장 진우스님.
[불교신문 3831호/2024년7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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