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담집의 겨울
- 詩 이임선 님 -
추녀 밑 서까래마다
시래기가 널려있다.
고단한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지쳐 늘어진 촌로의 어깨처럼.
북풍이 부는 날엔
푸른 맨살로 바람과 마주 하고,
고드름 녹이는 햇살엔
부시시 언 몸을 추스린다.
폭풍우가 할퀴고 간 빈 들녘
땀흘린 흔적조차도 찾을 수 없었던
지난여름의 허망함도
흙담에 머무는 야윈 햇살을 지우며
어쩌면
저 시래기나
촌로의 허망한 가슴이나
토담집의 겨울나기는
문 흔들며 부는 바람소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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