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 스님의 쵸기불교명상)
- 26.죽음에 마음챙기는 죽음명상(死念)-1 -
죽음, 영원한 이별 아닌 새 출발
붓다·성자들 화두였던 죽음
어떻게 찾아올 지 모르기에
평소 숙고·수행해 한 없애야
번뇌 없음 알면 환희 머물러
우리가 삶에서 겪는 가장 아픈 경험은 무엇일까.
아마 부모님이나 자식 등 가장 가까운 가족의 죽음이 아닐까 싶다.
특히 암과 같은 질병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셨거나,
불의의 사고로 떠나보내는 가족의 죽음은 참으로 고통스럽고 아픈 기억으로 남는다.
누구나 피하고 싶고 대면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바로 죽음일 것이다.
죽음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남겨진 자에게는 영원한 이별 같고, 떠나는 자에게는 두려움과도 같다.
그러나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다.
‘대념처경(D22)’은 죽음(死)을 ‘오온의 부서짐, 생명기능이 끊어진 상태’라고 정의한다.
죽음명상은 바로 그런 죽음을 명상의 대상으로 삼는 사마타 명상법이다.
죽음명상은 빨리어로 ‘마라나사띠(maranassati)’라고 한다.
‘마라나(marana)’는 ‘죽음(死)’이고 사띠(sati)는 ‘마음챙김(念)’이다.
그래서 사념(死念) 혹은 사수념(死隨念)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초기경전에서 설명하는 죽음명상에 대해서 정리해보고,
다음에는 ‘청정도론’에서 설명하는 죽음명상의 상세한 방법들을 다루기로 하겠다.
‘앙굿따라 니까야’의 ‘죽음에 대한 마음챙김 경(A8:73)’에서 붓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죽음명상을 많이 닦고 많이 수행하면 큰 결실과 이익이 있고,
불사(不死, 열반)에 들어가고 불사를 완성한다.
그러니 죽음명상을 많이 닦아야 한다.”
그러면서 제자들에게 어떻게 죽음명상을 닦는지 말해보라고 질문하신다.
그러자 제자들은 붓다께 다음과 같이 보고한다.
“참으로 저는 ‘하루 밤낮밖에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세존의 가르침대로 열심히 수행하리라’ 이런 마음으로 죽음명상을 닦습니다.”
그러자 다른 제자들도 “저는 ‘하루 낮밖에…
저는 한나절 밖에…
저는 밥 한 번 먹는 시간 밖에…
저는 밥을 반쯤 먹는 시간밖에…
저는 네다섯 입의 음식을 씹어 삼키는 시간밖에…
저는 한입의 음식을 씹어 삼키는 시간밖에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세존의 가르침대로 잘 수행하리라’며 죽음명상을 닦는다”고 각각 보고했다.
그러자 붓다는 죽음이 올 시간을 그렇게 길게 잡고서 수행하는 것은
죽음명상을 둔하게 닦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는 시간밖에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닦는 것이 번뇌를 멸진하기 위하여 죽음명상을 예리하게 잘 닦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우리는 흔히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80살까지는 살겠지.
앞으로 최소한 20년은, 혹은 40년은 살 거야.’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죽음이 언제 올 것인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평소에죽음에 마음챙기는 수행을 하거나 죽음을 숙고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다.
삶을 좀 더 생생하게 잘 살기 위해서,
죽음과 직면하는 순간에 황망하게 허둥대지 않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또 다른 ‘죽음에 대한 마음챙김
경(A8:74)’은 죽음을 가져올 많은 조건이 있음을 숙고하라고 한다.
‘뱀이나 전갈, 지네가 물어서 죽을 수도 있고 장애가 될 수도 있다.
길을 가다가 넘어질지도 모르고, 음식 때문에 탈이 날 수도 있다.
몸에서 담즙이나 가래, 풍기가 많아 장애가 되거나 죽을지도 모른다.
또는 사람들이 공격할 수도 있고,
비인간들이 공격해서 그것으로 인해 죽을지도 모르고 장애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머리에 붙은 불을 끄는 것처럼 강한 의욕과 분발,
강한 마음챙김과 알아차림으로 수행하라.
그렇게 수행하여 번뇌가 없음을 알게 되면 희열과 환희로 머물 것’이라고 했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죽음을 가져올 조건들은 아주 많다.
자동차 사고나 열차, 비행기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코로나나 여러 질병으로 죽을 수도 있다.
얼마 전 이태원 참사의 비극도 그 어느 누가 예상을 했겠는가.
죽음은 우리에게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
죽음을 자꾸 뒤로 밀쳐버리지 말고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
잘 살기 위함이다.
죽음은 붓다와 성자들의 화두였었고 필자의 출가 이유이기도 했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666호 / 2023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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