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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이야기

- 27. 죽음에 마음챙기는 죽음명상(死念)-2 -

by 수선화17 2023. 5. 18.

(일중 스님의 초기불교명상)

- 27. 죽음에 마음챙기는 죽음명상(死念)-2 -

 

게으름 극복하고 죽음 공포 없애

죽음, 누구에게나 찾아옴 알고

바르고 지혜로운 죽음에 집중

숨 쉬는 현재 소중함 자각하면

매 순간 유익·지혜롭게 살아가

 

오래전 도반스님과 통화를 하면서 죽음에 대한 긴 얘기를 나누었다.

그때 도반스님은  “스님, 나는 죽음을 생각하면 좀 설레는 맘이 있어요.

우리가 여행을 떠날 때 마음이 막 설레잖아요.

그런 것처럼 죽음도 여행 같아요.

어디로 갈까 어떻게 갈까 하는 호기심으로

그 과정을 섬세하고 명료하게 잘 관찰하고 싶거든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필자는 “죽음을 설레는 여행으로 생각하다니,

이건 또 완전히 새로운 관점인데요.

멋지다. 스님은 정말 수행자네요”라고 칭찬을 해준 적이 있다.

 

이렇게 죽음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늘 외면하고 회피하는 사람도 있다.

죽음명상을 종종 하는 수행자가 있는가 하면,

아예 죽음명상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어느 날 문득 죽음을 대면하게 되었을 때,

이 두 사람 간에는 죽음을 대하는 관점에 차이가 있을까 없을까.

당연히 굉장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청정도론’ 제8장에서 죽음명상(死念)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그 수행방법론을 간략하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죽음이란 한 생에 포함된 생명기능(命根)이 끊어진 것이며,

때가 된 죽음과 불시의 죽음 두 가지가 있다.

이런 죽음에서 생명기능이 끊어진 것이라 불리는 죽음에 억념하는 것이

죽음에 대한 마음챙김(死念, marana ssati), 즉 죽음명상이다.”

 

‘청정도론’은 이렇게 설명하며 구체적인 수행방법을 제시했다.

“죽음명상을 닦고자 하는 수행자는 조용한 곳에 혼자 머물러 ‘죽음이 올 것이고,

생명기능이 끊어질 것이다.’

혹은 ‘죽음, 죽음, 죽음’ 하면서 지혜로운 주의집중을 일으켜야 한다.”

 

위의 인용문에서 보는 것처럼 죽음명상의 방법은 사실 간략 명료하다.

즉 죽음명상은 삼매를 얻는 사마타 명상이기에 조용한 공간과 편안한 자세가 중요하다.

적절한 공간에서 바른 명상의 자세를 취했으면 다음과 같이 숙고를 하며 주의집중하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만 죽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죽음이 올 것이고 생명기능이 끊어질 것이다.

나에게도 죽음이 올 것이고 생명기능이 끊어질 것이다’

이렇게 나에게도 죽음이 올 것이라는 사실에 계속 마음 챙기라고 한다.

그런 다음엔 생명기능이 완전히 끊어진 ‘죽음의 상태’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죽음, 죽음, 죽음’ 하면서 반복적으로 마음 챙기라고 ‘청정도론’은 설명한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하게 짚어볼 점은 바로

‘지혜로운 주의집중(Yoniso- manasikāara)’이라는 구절이다.

이 말은 죽음명상을 할 때, ‘바르고 지혜롭게 죽음에 주의집중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계속 생각할 때는 슬픔이 일어나고,

적이나 원수의 죽음에는 기쁨이 일어난다.

자신과 무관한 사람의 죽음에는 무덤덤하니 절박감이 일어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죽음을 계속 생각할 때는 두려움이 일어난다”고 ‘청정도론’은 설명한다.

이런 방식으로 죽음에 마음 챙길 때는 감정을 크게 유발시키기 때문에 명상수행을 지속하기 어렵다.

그래서 “바르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수행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미 피살되었거나 자연사로 죽은 사람들을 쳐다보고,

이전에 영화를 누렸던 죽은 중생들의 죽음으로 전향하여

마음챙김과 절박함과 지혜를 확립하라”고 한다.

그들만 죽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죽음이 들이닥칠 것이다.’라며

수행하는 것이 지혜로운 주의집중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죽음명상을 수행해갈 때 “근기가 예리한 수행자는 탐욕이나 분노 등 장애를 억압하고,

죽음을 대상으로 한 마음챙김이 확립되며 근접삼매에 든다”고 했다.

 

그렇다. 죽음명상은 게으름과 나태를 극복하게 하고,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대신 고요하고 평화로운 죽음을 맞게 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숨을 쉬고 있는 현재의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각하게 하고,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유익한지 지혜로써 알려준다.

더 나아가 위빠사나 수행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667호 / 2023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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