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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이야기

- <34> 흐트러진 마음 -

by 수선화17 2024. 1. 19.

[용하스님의 열반경 이야기]

- <34> 흐트러진 마음 -

 

방일하지 마라

“부지런히 선한 덕을 닦는 것은

뿌리가 깊어 뽑히지 않는 공덕”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이 대열반을 닦으면, 뿌리가 깊어서 뽑히지 않는 공덕을 얻는다.

무엇을 뿌리가 깊어 뽑기 어렵다고 하는가?

뿌리라고 하는 것은 곧 방일하지 않음이다.

방일하지 않음은 모든 부처님의 선한 근본이며,

그로 인하여 다른 선근들도 점차 늘어나게 되니,

방일하지 않음은 모든 선한 근본 중 가장 수승하다.

 

선남자야, 모든 발자취 중에서 코끼리의 발자취가 으뜸이듯이,

방일하지 않는 법도 그와 같아서 모든 선한 법 중에 가장 훌륭하다.

모든 밝음 중에 햇빛이 으뜸이듯이, 방일하지 않는 법도 모든 선한 법 중에 가장 훌륭하다.

모든 왕 중에 전륜성왕이 제일이듯이, 방일하지 않는 법도 모든 선한 법 중에 제일이다.

모든 산 중에 수미산이 제일이듯이, 방일하지 않는 법도 모든 선한 법 중에 제일이다.

물에 나는 꽃 중에 연화가 으뜸이 되듯이 방일하지 않는 법도 그러하여 모든 선한 법 중에 으뜸이다.

모든 짐승 중에 사자가 으뜸이 되듯이, 방일하지 않는 법도 모든 선한 법 중에 으뜸이다.

 

선남자야, 모든 중생 가운데 여래가 으뜸이듯이,

방일하지 않는 법도 그러하여 모든 선한 법 중에 으뜸이다.

불법 가운데 대열반법이 가장 수승하듯이,

방일하지 않는 법도 모든 선한 법 중에 가장 수승하다.

 

방일하지 않으므로 무엇이 늘어나는가?

믿는 뿌리ㆍ계행의 뿌리ㆍ보시의 뿌리ㆍ인욕의 뿌리ㆍ듣는 뿌리ㆍ

정진하는 뿌리ㆍ생각하는 뿌리ㆍ선정의 뿌리ㆍ선지식의 뿌리 등

이러한 뿌리들이 방일하지 않으므로 인해 자라게 되며,

자라므로 깊고 견고해져서 뽑기 어렵다.

이런 뜻으로 보살마하살이 대열반을 닦으면 뿌리가 깊어져 뽑기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대반열반경> 제24권 ‘광명변조고귀덕왕보살품’에서

 

방일(放逸)이란 흐트러진 마음이요,

선한 법을 닦는 데 있어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다.

 

<백유경>에 이와 같은 비유를 설한다.

옛날 원숭이 한 마리가 콩 한 줌을 가지고 있다가 잘못하여 콩 한 알을 땅에 떨어뜨렸다.

그는 손에 쥐었던 콩을 다 버리고 땅에 떨어진 한 알을 찾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한 알도 찾지 못하고 먼저 버린 콩은 닭과 오리가 모두 먹어 치웠다.

 

방일함도 그와 같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며 각자 좋은 계획을 갖고, 굳은 다짐을 하며 그것을 실천한다.

그러나 무심코 한번 마음을 놓으면,

마치 원숭이의 손에서 벗어난 콩들처럼 한순간에 지난날의 선한 행도,

앞으로의 선한 행도 모두 무너뜨리고 만다.

그러다 보면 모든 행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끌리는 대로 취하게 되고,

그것이 곧 괴로움이 되어 쌓인다.

그러므로 방일함을 죽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평소에 방일하지 않은 사람은 한 알의 콩조차도 가벼이 흘리지 않으며,

설령 실수로 한 알의 콩을 놓쳤다고 해서 그로 인하여 손아귀를 놓아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방일하지 않음은 뿌리가 깊어서 뽑히지 않는 공덕이며,

모든 선한 법 가운데 으뜸이라고 설한다.

 

부처님께서는 열반의 마지막 순간까지 거듭 강조하셨다.

“방일하지 말라.

나는 방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정각을 이루었다.

한량없는 온갖 선함도 방일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얻는 것이다.”

 

포천 정변지사 주지 용하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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