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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이야기

- <33> 공후의 소리를 듣는 방법 -

by 수선화17 2024. 1. 18.

[용하스님의 열반경 이야기]

- <33> 공후의 소리를 듣는 방법 -

 

적극적으로 베풀고 인내하고 삼가고

부지런히 성찰하며 공부하는 6바라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어떤 왕이 우연히 공후(箜篌)라는 악기의 연주를 들었는데,

그 소리가 청아하고 미묘해서 이내 마음으로 탐착하며 즐기고 사랑하게 되었느니라.

그리하여 곧 대신에게 물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어디에서 나는가?’

대신이 대답했다.

‘공후에서 납니다.’

왕이 말했다.

‘그 소리를 가지고 오라.’

대신은 곧 공후를 가져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바로 여기서 그 소리가 나오나이다.’

그러자 왕이 공후에게 명하였다. ‘소리를 내어라! 소리를 내어라!’

공후의 소리는 나지 않았다.

왕은 공후의 현을 끊어버렸으나, 역시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어서 그 가죽과 나무를 모두 부수어 소리를 찾아보았지만 끝내 소리를 얻지 못했다.

 

왕은 대신에게 화를 내었다. ‘네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였구나.’

대신이 말했다.

‘소리를 내는 방법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여러 가지 인연과 공교로운 방편이 있어야 비로소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선남자야, 중생의 불성도 그와 같다.

머무는 데가 없지만, 좋은 방편을 쓰면 찾아볼 수 있으며,

불성을 보기 때문에 무상보리를 얻는다.

그러나 일천제는 불성을 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악도(惡道)에 빠지는 죄를 피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야, 만약 일천제가 불성이 있음을 믿으면 악도에 떨어지지 않으며,

이 사람을 일천제라 이름하지 않는다.

스스로 불성이 있음을 믿지 않으므로 악도에 떨어지며,

악도에 떨어지므로 일천제라 이름하는 것이다.”

 

- <대반열반경> 제26권 ‘광명변조고귀덕왕보살품’에서

 

부처님께서 드신 ‘공후의 비유’는

“선근을 끊은 자”이며 “불성에 대한 믿음이 없는 자”, 즉 일천제를 이야기하신 것이다.

불성이란 소리가 나므로 분명 들을 수 있지만,

그것은 딱히 어디에 머무는 주처(住處)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찾아볼 수가 없다.

만약 불성이 특정한 주처가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곧 생멸이며 무상이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왕은 호령하고, 현을 끊고 공후를 뜯어내어 안을 살피지만,

이미 부서진 공후에서 소리를 얻을 길은 없다.

이제 왕은 공후의 소리가 있다고 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공후는 더이상 불성이라는 소리가 있는 물건이 아니다.

왕은 곧 일천제를 가리키니,

그러므로 경에서 일천제를 “부처님과 보살을 만나서 깊은 법문을 듣게 되든

그렇지 못하든 무상보리를 얻지 못하는 이들”이라고 하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불성을 보는가?

아름다운 소리는 공후의 현과 나무와 가죽 등이

서로 묘한 인연을 이루어질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중생의 불성도 그와 같아서 모든 인연을 반연함으로써 보게 되는 것이며,

모든 인연을 반연하므로 무상보리를 이룬다.”

 

그러므로 만약 누군가 ‘모든 인연을 떠나라’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대승의 가르침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나에게 부처님의 성품이 자리함을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세상 속에서 적극적으로 베풀고, 인내하고, 삼가고,

게으르지 않고, 성찰하고, 부처님 말씀을 공부하는 것,

이것이 곧 6바라밀이며 묘한 공후의 소리를 듣는 방법이다.

 

포천 정변지사 주지 용하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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