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신심명 강설]
- <29>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인과(因果)의 모습” -
제55화 모함을 당했을 때
본문
계심평등(契心平等) 소작구식(所作俱息)
근본 마음과 계합하면 평등하므로
하는 일마다 힘이 들지 않게 된다.
강설
근본마음과 계합(契合)하여 맺게 되면,
평등한 마음이 되어 하는 일마다 힘들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좀 어려운 게송이기는 하나,
분별(分別)이 없는 본성(本性)으로 돌아가게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의미다.
‘이제부터는 화를 내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할 때가 많다.
그러나 화를 낸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므로 화를 억지로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라는 분별(分別)된 마음부터 없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따로 있다는 뜻이 된다.
원하고 바라는 바는 또한 원하지 않고 바라지 않는 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과(因果)의 법칙에 따라 둘 모두 생겨날 수밖에 없으며, 또한 번갈아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원하고 바라는 마음을 놓아야 원하지 않고 바라지 않는 일도 생기지 않게 된다.
원하는 것을 성취한다면 원하지 않는 것도 맛봐야 한다.
원하지 않는 것을 맛보지 않으려면, 원하는 마음을 놓고, 바라는 마음도 놓아야 한다.
‘편하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있는 이상
불편한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맑은 하늘만 봐야지’ 라고 하는 마음이 있는 이상,
흐린 하늘이 저절로 생기는 이치와 같다.
그러므로 맑은 하늘이 되었건, 흐린 하늘이 되었건,
좋고 싫은 고락(苦樂)의 마음이 없어야,
맑은 하늘이든, 흐린 하늘이든 내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게 된다.
맑은 하늘과 흐린 하늘은 인과(因果)의 모습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인과의 모습일 뿐이다.
이런 일과 저런 일의 인과에 대해 ‘좋다’, 싫다’ 라고 하는 감정을 덧붙이는
것이야말로 쓸데없는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괜히 마음만 어지럽히는 자업자득(自業自得)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좋다 싫다’, ‘옳다 그르다’ 라고 하는 분별심(分別心)을 제거하면
있는 그대로 본성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되어 모두가 평등하게 보인다.
그리하여 하는 일마다, 인연 닿는 것마다, 마음은 쉬게 되고 힘이 들지 않게 된다.
어떤 이가 나를 모함을 했다 치자. 화가 날 것이다.
‘만나면 혼을 내줘야지’ 하고 결심하기 마련이다.
이때 모함이라는 분별심과, 화가 나는 분별심과 ‘혼을 내줘야지’ 라고 하는 분별심이
온 마음에 가득해지면서 기분이 좋지 않게 된다.
당사자를 만나면 더욱 화가 나고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나라고 하는 아상(我相)의 분별심이 원인이다.
나라고 하는 마음이 강하면 강할수록 너라는 상대성이 강하게 일어난다.
이렇게 모든 것을 대하는 마음이 분별심으로 가득하다.
이때의 마음은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하게 되고,
나와 너가 분명하게 되며, 옳고 그름이 분명하게 분별된다.
만나서 혼을 내주거나,
모함에 대한 오해가 풀어지게 되면 기분이 다시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좋고 싫은, 옳고 그른,
고락(苦樂) 시비(是非)라는 분별심은 그대로 남게 된다.
따라서 더욱 큰 업장으로 쌓이게 될 것임은 물론,
언제 어디에서나 이와 유사한 일이 인과적(因果的)으로
반드시 반복하여 일어나게 된다는 사실이다.
해결 방법은 마음을 놓는 것이다.
모함이라는 마음도 놓고, 화나는 마음도 놓고,
혼을 내야 한다는 마음도 놓고, 기분이 좋지 않은 마음도 놓아야 한다.
모함과, 화냄과, 분심(憤心)과, 옳고 그름의 시비(是非)는 고락(苦樂)의 인과를 반복할 뿐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허깨비 장난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별된 마음을 그때그때 놓아야,
고락(苦樂) 시비(是非)의 분별이 없는 본마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그 어떤 일이 되었건, 그 무슨 인연의 모습일랑,
모두를 평등하게 보고 평등하게 대하게 되니,
불편한 마음과 힘든 마음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오늘도 탐하는 마음도 놓고, 성내는 마음도 놓고,
바라는 마음도 놓아보는 하루를 만들어 보도록 하자.
송(頌)
좋은 마음은 나쁜 마음을 낳고
옳은 것은 그른 것을 낳는다.
좋고 싫은, 옳고 그른 분별심을 놓아야
내게 오는 인연이 순조로워진다.
제56화 의심이 생길 때
본문
호의정진(狐疑淨盡) 정신조직(正信調直)
여우같은 의심이 깨끗이 사라지면
바른 믿음이 올바로 곧아진다.
강설
사람의 생각하는 밑바탕에는 항상 의심이 깔려 있다.
‘이렇게 하면 좋아질까’, ‘저렇게 하면 나빠질까’ 라고 하는 망상은
모든 사람의 공통된 마음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의심은 인과(因果)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에,
마음은 항상 불안하고 불편하게 된다.
차생고피생(此生故彼生) 차멸고피멸(此滅故彼滅)이다.
“이것이 생기면 저것이 생기고,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도 사라진다”는 <중아함경>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를 정확히 알고 믿으면,
어떤 일에서나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게 되고 고민은 사라질 것이다.
이것과 저것이라는 분별심(分別心) 때문에 고락(苦樂) 시비(是非)의
인과(因果)가 발생하게 되면서 끊임없이 과보(果報)의 굴레를 거듭하게 된다.
좋은 일과 좋은 것을 구하는 마음은 본능이라 하지만 이 또한 욕심이다.
좋은 일은 나쁜 일이 생기는 원인이 되고,
좋은 것은 나쁜 것이 생기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좋다고 생각하는 즉시 나쁜 것이 기다리고 있고,
즐겁다고 느끼는 즉시 똑같은 양의 괴로움이 기다리고 있다.
만약, 나쁜 일이 생겼다면 이는 똑같은 양의 좋은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기분이 나쁘고 괴롭다면, 기분이 좋았던 때와 즐거운 때가 있었기 때문에
그 인과(因果)의 과보(果報)가 발생한 것이다.
해가 떴다면 반드시 해가 지는 인과(因果)가 생기게 되고,
밀물이 들어왔으면 반드시 썰물로 나가게 되는 인과가 생긴다.
밝은 낮이 있었다면 어두운 밤의 인과가 있기 마련이다.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고,
젊은 시절이 있으면 늙은 시절이 반드시 도래하게 된다.
그러므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의 질과 량은 그 차이가 한치도 없다.
즐거움과 괴로움의 질량 역시 한 치의 차이없이 나타나는 것을 인과의 법칙이라 한다.
좋은 것을 구하면 구할수록 나쁜 과보(果報)가 똑같이 생겨난다.
즐겁고 기쁘고 행복한 것을 구하면 구할수록 인과(因果)의 과보(果報)로 인하여
괴로움과 슬픔, 불행이 똑같은 양으로 생겨나기 마련이다.
이를 업장(業障) 또는 업식(業識),
자업자득(自業自得), 업인업과(業因業果), 인과응보(因果應報)라 하며,
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업연(業緣), 또는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 한다.
이를 통틀어 인과(因果)라 하는 것이다.
이를 의심하지 않고 철저히 믿는 신심(信心)이 견고하면,
좋은 일에도 머물지 않고, 나쁜 일에도 집착하지 않게 된다.
욕심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여우와 같은 의심과 망상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좋은 것 나쁜 것이라고 하는 양쪽의 분별심을 버려야
중도(中道)의 마음이 되어, 생사(生死)와 생멸(生滅)이 사라진다고 하셨다.
이를 열반(涅槃)이라 하고, 해탈(解脫)이라 하며, 반야의 지혜, 깨달음이라 하셨다.
이런 일이 생기든, 저런 일이 생기든,
그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즐거움과 괴로움,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좋고 나쁨, 옳고 그름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분별(分別) 하지 않아야 한다.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머무르게 하지 않아야 고락(苦樂)의 인과(因果)가 생기지 않게 된다.
그리하여 인과에 대한 신심(信心)을 더욱 견고하게 하여,
좋은 일에도 무심하고, 나쁜 일에도 무심하며,
이런 일에도 마음을 놓고, 저런 일에도 마음을 놓고,
탐하고 성내고 의심하는 마음을 즉시즉시 내려놓아야 한다.
순간순간 방하착(放下着) 하는 마음이 진실한 기도요, 참다운 참선이며,
그래서 보시(布施) 하는데 조건이 붙지 않게 되고,
이와 같이 늘상 이어지는 것이 정진(精進)이다.
송(頌)
해 뜨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해지는 것을 의심하지 않듯이
이런 일 저런 일 모두가 인과(因果)의 현상이니
그 어떤 일일지라도 의심하지 말고 믿어라.
[불교신문 3785호/2023년9월12일자]
총무원장 진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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