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증도가 강설]
- <8> “꿈 깨기 전까지 꿈꾸고 있는 것조차 모른다” -
#제12화 방거사와 딸 영조
방사대막파착(放四大莫把捉)
적멸성중수음탁(寂滅性中隨飮啄)
사대를 놓아 버리고 붙잡지 말라,
적멸한 성품 따라 먹고 살지어다.
[강의]
우리의 몸과 마음은 지수화풍(地水火風)의 사대(四大)와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의 오온(五蘊)으로 이루어졌다.
사대(四大)와 오온(五蘊)은 잠시도 온전하게 있지 아니하고 변하고 사라짐을 반복한다.
그래서 주체가 없으므로, 있는 것 같으나 결국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니,
집착하면 할수록 고통과 괴로움의 과보(果報)가 따르게 된다.
하여, 사대(四大)와 오온(五蘊)은 각자의 생각에 따라서
조금 빨리 변하고 사라질 수도 있고,
조금 늦게 변하고 사라질 수도 있으나,
어떻든 변하고 사라지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조금 빠르고 조금 늦는 것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은 이렇게 변하고 사라지는 것이니,
여기에 집착하거나 분별하지 않는 마음을 가진다면,
적멸(寂滅)한 성품 즉,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마음이 되므로,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의 차별이 없이 편안하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사는 것은 꿈을 꾸는 것과 같아서
깨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고 깨치게 되지만,
꿈을 깨기 전까지는 꿈을 꾸고 있는 것조차 모르고
꿈속에서 희로애락(喜怒哀樂)과 고락(苦樂) 분별(分別)을 일삼게 되는 것처럼,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순간에 있어서도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고락(苦樂)의 업(業)에 따라 즐거운 시간과 괴로운 시간을 맞이한다.
즐거운 시간이 크면 괴로운 시간도 크다고 하였다.
이를 인과(因果)의 과보(果報)라고 했다.
내가 좋고 편안하며 즐겁고 기쁜 것에 대해 욕심내고 집착할수록,
싫고 불편하고 괴롭고 슬픈 과보(果報)가 생긴다고도 했다.
고통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고통이란, 좋은 것에 대한 집착과 미련,
그리고 정(情)을 쏟은 만큼 생긴다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오냐며 오히려 성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더욱 고통이 클 뿐이다.
세상의 모습은 인과(因果) 인연에 의해 오차 없이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억울할 일도, 잘못될 일도, 이상할 일도 없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은, 역설적으로, 원하는 것이 크다는 말과 같다.
인연이란 그렇게 냉정한 것이다.
살다 보면 엄청나게 충격을 받는 일이 가끔 생길 것이다.
평소의 마음으로는 도저히 대처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방심한 탓이다.
원하는 것이 있는 만큼 원하지 않는 일이 생긴 것이다.
3대 거사 중의 한 명인 중국의 방거사는 정오에 죽음을 예고했다.
딸 영조가 아버지께 부탁하기를 조금만 늦춰달라고 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죽음을 예고한 시간에 자신이 앉아서 좌탈입망하였다.
이를 본 방거사는 ‘내 딸이지만 참으로 민첩하구나’ 하고 자신도 따라 죽었다.
어머니가 밖에 있는 아들에게 부음을 전하니,
아들이 갑자기 억 소리를 지르며 서서 죽었다.
앉아서 죽고 누워서 죽고 서서 죽는 가족이 되었다.
진실 여부를 떠나서, 깨친 이들이 생각하는 삶이란,
소풍을 나왔다 돌아가는 것처럼 대수롭지가 않다.
죽음에도 집착하지 않기에 마음의 걸림이 없다.
모두가 마음먹기 나름이다.
그리고 마음을 얼마나 깨치고 못 깨치느냐의 차이이다.
그리고 깨치지 못하면 분별의 연속일 뿐이니,
고락(苦樂)과 시비(是非), 생사(生死)를 거듭할 따름이다.
어쨌거나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든 간,
기도와 참선, 보시와 정진은 멈춤이 없어야 한다.
총무원장 진우스님
[불교신문 3809호/2024년2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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