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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이야기

- <7> 인과(因果) 흐름 간섭 않고 무심히 바라보는 ‘지혜인’ -

by 수선화17 2024. 5. 23.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증도가 강설]

- <7> 인과(因果) 흐름 간섭 않고 무심히 바라보는 ‘지혜인’ -

 

제11화 억지로 없애려 하지 말라

수무념수무생(誰無念誰無生)

약실무생무불생(若實無生無不生)

누가 생각이 없다고 하며 누가 생겨남이 없다고 하는가.

진실로 생겨남이 없으면 생겨나지 않음도 없나니.

 

[강의]

참으로 난해한 구절이다.

엄연히 생각하는 것을 누가 생각이 없다고 하는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을 어찌 없다고 말하는가 하는 말이다.

다만, 생각하는 것도 생겨나는 것도 모두가 허망할 뿐이라는 뜻이다.

 

또 일체가 생겨남이 없다고 하는 것 또한 맞지 않다는 말이다.

엄연히 생각이 일어나서 생겨나고 있지 않는가 라고 반문한다.

이 구절에서의 진정한 뜻은, 생겨난 것은 생로병사(生老病死)하고

성주괴공(成住壞空)하여 모두가 사라지므로, 일체가 허망 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진실로 생겨남이 없다면 생겨나지 않음도 없으니,

이러쿵저러쿵 단 한마디도 붙일 것이 없을 것이다.

다만, 생겨나는 것은 어찌할 수 없으나,

생겨나는 것은 모두 허망할 따름이니,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따라서 생겨난 것을 굳이 없애려고 하는 것은 또 다른 집착을 낳을 뿐이니,

생겨난 것은 생겨나는 대로,

사라지는 것은 사라지는 대로 분별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며,

그저 바라볼 뿐이다.

 

풍선효과라는 것이 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어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사람의 고락(苦樂) 인과(因果)의 업(業)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사업이 잘되거나, 승진을 한다거나,

상을 받는다거나 하여 기분이 매우 좋았다면,

그 기분 좋은 것만큼의 집안에 우환이 생긴다거나,

가족에게 문제가 발생한다거나, 사고로 인하여 몸을 다친다 거나 하여,

기분 나쁜 인과(因果)의 과보(果報)가 생길 수도 있다.

아니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생기게 된다.

 

지나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몸을 다쳐 고통을 당하는 경우,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단순히 재수가 없어서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몸을 통해 기분 좋게 즐겼던 인과(因果)의 과보(果報)로 인해

시절 인연으로 나타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즐겁고 기쁘고 행복한 일이 우연히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

괴롭고 슬프고 불행한 일이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하는데,

이는 인과(因果)의 법칙에 의해 한점의 빈틈도 없이

시절의 때와 만남의 인연으로서 반드시 나타나고야 만다.

 

나의 어린 시절 노스님들께서는 놀이 문화에 대해 매우 금기시하였다.

예를 들어 바둑이나 장기를 두면 화를 내시며 못하게 하시는 것이었다.

하물며 라디오청취하는 것 마저 금지하였다.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왜 그렇게 하셨는지 이제는 십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고락(苦樂)의 인과(因果)가 금방 나타나는 것이 스포츠와 게임이다.

물론, 몸 건강을 위한 스포츠는 예외일 수도 있으나,

좋은 기분과 나쁜 기분이 교차하는 고락업(苦樂業)의 시간이

매우 짧고 강하여 감정의 기복이 극심하게 요동치는 고로,

이 또한 업(業)이 되어 쌓이기 때문에 금기시하는 것이다.

 

바둑이나 스포츠를 통해 인내를 배우고 멘탈을 강하게 하는 요소로서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정확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감정을 더욱 요란하게 하여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집착할 정도까지 된다면 상황이 좋지 않다.

 

아무튼, 오늘의 증도가(證道歌) 구절은, 도(道)를 이루려 하는 사람이나,

특히 참선 수행하는 스님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으로서,

생각을 오히려 없애려 하다가 다른 집착을 더욱 크게 일으키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과, 생겨나는 것과 사라지는 것,

움직이는 것에 대해 무심(無心)하기 위한 내용이다.

 

하여, 이런 일이나 저런 일이나,

어떤 경우의 일에도 집착하지 않고 분별(分別)하지 않으며,

인과(因果)의 흐름에 간섭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있는 그대로 무심히 바라보는 현명한 지혜인이 되어야 한다.

오랜만에 기도와 참선, 보시와 정진이 함께 이루는 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불교신문 3808호/2024년2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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