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6화 정(情)주고 정에 우네 -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증도가 강설]

- 제36화 정(情)주고 정에 우네 -

 

유강해섭산천(遊江海涉山川)

심사방도위참선(尋師訪道爲參禪)

강과 바다에 노닐고 산과 개울을 건너서

스승 찾아 도를 물음은 참선하기 위함이라

 

강의

강과 바다에 노닐고 산과 개울을 건넌다는 것은

세속(世俗)적인 욕망에 얽매이지 말고 마음을 전진하라는 의미이다.

즉, 자연과 벗을 하라는 말이다.

 

자연은 글자 그대로 스스로 그렇게 그렇게 연기(緣起)한다는 뜻이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인위적인 힘을 가한다면 이미 세속적인 욕심이 들어가는 것이다.

인과(因果)에 의해 과보(果報)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불편해진다는 말이다.

 

또 스승을 찾아 도(道)를 묻는 이유는 참선(參禪)을 위한 것이라 했는데,

일단 다른 곳에 잡념을 두지 않아야 참다운 스승을 찾게 된다는 뜻이다.

이 모든 행위 자체가 참선을 위한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참선의 정의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어느 때 어느 곳,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한치의 마음도 흔들리지 않아

한점의 불편함이나 괴로움, 일체의 고통이 없는 상태를 이름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석가모니 부처님을 위시하여 역대 조사(祖師)들의 행보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으니,

그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당연히 깨달음을 통해

참선의 참다운 모습을 여실히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세속적인 욕망이란,

스스로 원하는 것을 성취함으로써,

즐거움과 기쁨, 행복과 편안함을 맛보려 하기 위함이니,

여기에는 반드시 인과(因果)가 따르기 마련이어서,

똑같은 질량의 괴로움과 슬픔, 불행과 불편함 또한 맛보게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작은 즐거움은 작은 괴로움을,

아주 큰 기쁨은 아주 큰 슬픔을,

기막힌 행복은 기막힌 불행을,

한없는 편안함은 한없는 불편이 따르게 되는 것이 마음의 모양이요,

사바(娑婆)세계의 모습이다.

다만 이 두가지가 나타나는 때가 서로 다를 뿐인데,

이를 시절(時節) 인연(因緣)이라고 누차 설명해 왔다.

 

이는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고 편안한,

이것으로 인해, 괴롭고 슬프고 불행하고 불편한,

저것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므로,

이를 분별(分別)이라고 하고 업(業)이라고 하며, 과보(果報)라고 수 백 번 설명해 왔다.

 

이와 같은 분별의 세계를 속된 마음, 속된 세상이라 하여 세속(世俗)이라고 칭하는데,

이와 같이 세속적인 분별과, 업(業)과, 인과(因果)와, 과보(果報) 모두를

한꺼번에 없애는 마음을 참선(參禪)이라 한다.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고 편안한 ‘이것’과,

괴롭고 슬프고 불행하고 불편한 ‘저것’의 분별심(分別心)

모두를 멸하여 없어진 상태를 중도(中道)라 하고,

깨달음, 해탈, 견성성불(見性成佛), 반야(般若), 열반(涅槃), 피안(彼岸),

아뇩다라삼먁삼보리(菩提)라 이름하고,생멸멸이(生滅滅已) 적멸위락(寂滅爲樂)이라 한다.

 

이러한 참선 이외의 모든 행위 즉, 말이나, 행동,

생각의 삼업(三業)에 있어서 분별(分別)과 정(情),

집착과 욕심을 얹는 순간,

곧바로 세속적인 인과(因果)의 과보(果報)가 따르기 마련이어서

고락(苦樂)과 생사(生死)에 의해 괴로움이 생기게 된다.

 

세속적인 성공, 부자, 장수, 건강, 사랑, 명예, 권력, 등등에 의해 행복을 맛보았다면,

그에 상응한 불행과 괴로움의 인과(因果)에 걸려서,

그 과보(果報)로 인해 언젠가는 반드시 나타나게 될 터이니,

부처님께서는 팔만사천 설법을 통해,

제발 여기에 정(情)을 주거나 집착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신 것이다.

 

그러니 참선을 통해 그 어떤 것에도 분별심을 갖지 말고,

중도심(中道心)을 깨달아서 일체의 인과(因果)와 업(業)과, 과보(果報)를 멸하는 것

이외의 모든 세속적인 행위에, 정(情)과 집착을 두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염불과 참선, 보시(布施)와 기도 정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천용(天龍)과 같이 정(情)과 집착과 분별심을 갖고 있지 않다면,

상대의 모든 모양과 모습,

말과 행동 모두가 좋고 싫고 옳고 그름의 분별에서 벗어난다.

 

총무원장 진우스님

[불교신문 3821호/2024년5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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