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증도가 강설]
- 제60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대로 방하착 -
사망심취진리(捨妄心取眞理)
취사지심성교위(取捨之心成巧僞)
망심을 버리고 진리를 취함이여
취사하는 마음이 교묘한 거짓을 이룬다.
강의
지난 구절인 ‘기유저공병역연(棄有著空病亦然)’
즉 ‘있음을 버리고 공(空)에 집착하면 이 역시 병’이라는 말과 유사한 내용이다.
사람들은 버리고 취하는 것에 교묘히 속아 넘어간다는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괴로움을 버리고 즐거움을 얻으려 하거나, 아픔을 버리고 기쁨을 얻으려 하거나,
실패를 버리고 성공을 바라거나, 낙방을 버리려 하고 합격을 바라기만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겨울 정도로 설명해 왔듯이,
상반된 이 둘의 모습은 따로 떨어질 수 없는 한 몸이라서 하나만을 선택하기는 불가능하다.
손등과 손바닥이 붙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로서,
손등만을 취할 수 없고, 손바닥만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입산 출가한 모든 수행자들은 망령(妄靈)된 마음을 버리려 한다.
그리고 진리를 취하려고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교묘한 거짓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속아넘어가지 않는 이가 드물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이미 망령된 마음이 있으므로 진리를 취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나 진리를 취하려면 망령된 마음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이니,
결국 진리를 취하려는 것 자체가 망령된 마음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는 영원히 진리를 얻지 못하고 마는 것이 되니,
이는 거짓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서 감쪽같이 속아넘어간다는 뜻이다.
이를 테면 망령된 마음은 괴로움으로써 기를 쓰고 버리려고만 한다.
그리고 괴로움을 없애기 위해 진리를 취하려 한다.
그러나 괴로움이 없는 즐거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즐거움을 취하려면 괴로움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니,
망령된 마음과 진리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름하여 진짜 진리를 취하려고 한다면,
망령된 마음을 버리려고 하면 안된다.
그리고 진리를 추구하려는 마음 역시 취하면 안된다.
일상의 생활에서도 괴로움을 버리고 즐거움을 찾으려 하나,
즐거움을 찾으려면 괴로움이 있어야 하는 것이니 만큼,
즐거움과 괴로움은 손등과 손바닥,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므로,
어느 하나만을 선택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는 거짓에 불과하므로 여기에 속으면 영원히 괴로움을 벗어날 수 없게 되므로,
괴로움을 괴로움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즐거움을 즐거움이라 생각하지 않아야,
즐거움도 없고 괴로움도 없게 되니, 인과의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어쩌란 말인가? 간단하다.
즐거운 일과 괴로운 일을 분별하지 않아야 한다.
물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업식(業識)을 극복하지 않으면 괴로운 일을 절대 피할 수 없다.
고통과 괴로움을 느끼는 것은 순전히 분별심 때문이다.
분별심을 완전히 멸하면 그대로 부처다.
분별심이 크면 클수록 고통과 괴로움이 크다.
망심(妄心)과 진리도 분별심이다.
분별하지 않으면 망심과 진리가 따로 없는 것이다.
때문에 살아가면서 어렵더라도 매사에 분별하는 습을 지워야 한다.
밝은 낮과 어두운 밤은 당연한 인과의 모습이다.
낮은 그냥 밝은 낮이고, 밤은 그냥 어두운 밤일 뿐이다.
밝은 낮이라서 좋으면 어두운 밤은 싫게 된다.
좋은 말을 좋다고 하면 나쁜 말이 생기게 되고 싫어지게 된다.
따라서 좋은 말과 나쁜 말을 분별할 것이 아니라,
그냥 이런 말과 저런 말로 구분할 뿐,
좋은 말, 나쁜 말을 분별하게 되면 인과에 걸리게 되어 괴로움이 생기고 만다.
취할 것이 생기면 버릴 것이 생기게 되고,
버릴 것이 생기면 취할 것이 또 생기게 되니,
버린다 취한다는 분별심이 없어야 취할 것도 버릴 것도 없게 되므로,
매사에 있어서 좋다 싫다 분별하는 마음을 갖지 않도록
늘 성찰하면서 취사(取捨)에 속지 않아야 한다.
오늘도 그러려니, 이래도 그러려니, 저래도 그러려니,
이런 모습도 그러려니, 저런 모습도 그러려니,
이런 말도 그러려니, 저런 말도 그러려니…/
이 마음도 방하착(放下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대로 놓음)!
저 생각도 방하착! 무소의 뿔처럼 홀로이 방하착!
총무원장 진우스님.
[불교신문 3833호/2024년8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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