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증도가 강설]
- <32> “인과 믿는 참다운 신심…분노와 짜증 잠재우는 묘약” -
제61화 도적을 아들로 삼다니…
학인불요용수행(學人不了用修行)
진성인적장위자(眞成認賊將爲子)
배우는 사람이 잘 알지 못하고 수행을 하니
참으로 도적을 아들로 삼는 짓이다.
강의
배우는 사람 학인(學人)은 대체로 입산출가한 이들을 가리킨다.
출가인(出家人)이란 일반적으로 집을 떠난 이를 지칭하는데,
이는 물리적인 집을 나갔다는 의미보다는 집착으로 부터 벗어났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학인(學人)은 어디에도 집착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를 잘못 알고 아들을 돌보듯 취하고 버리려는 취사(取捨) 분별에 집착한다면,
오히려 도적을 아들로 삼는 격이다.
지난 구절에, 마음 수행에 있어서 거짓됨에 속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이 있는데,
오히려 수단과 방법에만 집착하게 된다면 자칫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달을 보는 것이 아니고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우를 범하는 일이 잦다는 뜻이며,
수행방법 가운데는 여러가지 방편이 있다.
예를 들면, 참선을 통하여 돈오(頓悟) 즉, 마음을 깨치는 방법을 많이 선호한다.
조사 스님들의 경험에 따르면 참선 가운데 간화선(看話禪)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염불선(念佛禪)도 있고, 위파사나 선도 있으며,
간경(看經)이나 사경(寫經), 참회(懺悔), 보시(布施) 등의 많은 수행 가운데,
어느 하나만을 집어서 이것 이외의 다른 수행은 다 외도(外道)에 불과하다고
고집을 부린다거나, 또는 지계(持戒)에 있어서 계율(戒律)에만 집착하여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의 작은 파계에서도 참지 못하고
몸부림치며 화를 이기지 못한다면,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경우라 하겠다.
이런 마음 수행이든 저런 마음 수행이든, 순간순간 좋고 싫고를 분별하지 않고,
그리하여 좋은 감정과 싫은 감정 모두 일으키지 않으며, 이런 행동 저런 말,
그리고 오만가지 생각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이것저것의 선택을 고민하지 않고,
생각하기 이전에 바로바로 신구의(身口意, 행동 말 생각) 삼업(三業)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참선을 선택하게 될 수도 있고, 간화선을 선택할 수도 있으며,
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靜) 그 어느 것에도 분별과 집착을 하지 않게 되니,
그야말로 언행이 자유자재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세속의 삶에 있어서도 이런 경우가 허다한데,
아무리 옳은 일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집착하여
나와 남 모두에게 부담을 줄 정도로 화를 돋군다면,
이는 결코 옳은 일이 되지 못한다.
다만 지혜가 모자라고 업과 습이 두터워서
이를 조절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후회하는 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마음 수행을 게을리하지 말고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매사에 있어서 어떤 경우를 당하더라도
좋다 싫다 분별된 감정을 일으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차피 모든 일은 인과 연기에 따라 한치 오차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니,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결과는 같은 것이므로,
일일이 일희일비하며 고락의 감정에 놀아나게 되면,
결국 남는 것은 마음의 응어리와 한, 그리고 고통과 괴로움 뿐이다.
따라서 더 좋은 것을 찾으려 하면, 더 나쁜 것의 과보가 생긴다는
인과 인연을 절대 의심하지 말고 완전하게 믿어야 한다.
이를 신심(信心)이라 하는데,
부처님과 불교를 믿는다는 것은 바로 이에 대한 신심을 말하는 것이다.
인과를 철저히 믿는 참다운 신심이야 말로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고 화를 잠재우며,
뿌리깊은 성냄과 분노, 짜증스런 못된 마음을 순조롭게 하는 묘약이 될 것이니,
이를 악물 정도로 인과와 연기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 것을 간절히 당부드린다.
총무원장 진우스님.
[불교신문 3834호/2024년8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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