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탄 스님의 아미타경]
- 15. 아미타불의 지혜 -
보살도 아미타불 마음 못 헤아려
중생의 생각으론 알 수 없고
언어로 표현할 수도 없지만
중생 빠짐없이 제도하기에
비교 불가한 으뜸가는 지혜
‘무량수경’에는 극락에 태생하는 이유를 ‘불료불지(不了佛智)’,
즉 부처님의 지혜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료(了)’에는 ‘믿는다’는 뜻은 없지만,
‘명신불지(明信佛智)’에 대입하면 ‘믿는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원효도 그런 해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태생을 ‘의혹중생’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의 지혜에 대해 의심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이들은 무엇을 믿었던 것일까요?
‘무량수경’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불지를 의심하면서도 공덕을 닦아 저 국토에 왕생하고자 한다.
그들은 부처님의 지혜를 믿지 않고 죄와 복 믿어서 선근을 수습하려 한다”
위의 말은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가 없어도 중생 스스로 공덕을 닦아
회향하기만 하면 당연히 극락에 왕생한다 여긴다는 뜻입니다.
이는 쇠도끼를 연못에 빠뜨린 나무꾼이 너무나 당연하게
산신령에게 금도끼와 은도끼를 내놓으라고 떼를 쓰는 것과 같은 심보입니다.
공덕을 쌓아서든, 염불만 하든 극락에 왕생할 수 있는 이유는
아미타불께서 극락을 성취하시고, 중생을 왕생시키기 때문입니다.
어떤 수행자도 생각지 못한 서원을 세우고,
극락을 이룬 아미타불의 지혜와 자비가 없이는 중생이 극락에 갈 도리가 없습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곳을 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어리석게도 중생은 자신의 공덕만 있으면 왕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선 아미타불의 공덕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공덕 쌓기에만 신경을 썼기에 태생하게 됩니다.
원효는 ‘무량수경종요’에서 이들을 “삿된 쪽으로 총명하고,
자기가 잘났다고 여긴다”고 평가합니다.
그렇다면 왜 중생은 불지를 요달하지도 못하고, 또한 믿지도 않는 것일까요?
‘무량수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성문이나 보살이라도 아미타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고 하면서
성문·보살도 ‘눈 먼 사람이 길을 인도하는 것’과 같다고 하여
부처님 지혜를 명확히 알 수 없음을 비유합니다.
다시 “오직 아미타불만이 명확하게 아신다”고 하면서
알기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말합니다.
“설령 모든 사람이 다 득도해서/
청정한 지혜가 허공과 같아져 억겁 동안 아미타불의 지혜를 사유하여/
온 힘을 다하여 강설하다가 목숨을 다한다고 해도 여전히 알지 못한다”
깨달은 뒤에도 아미타불의 지혜는 알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래회’는 “믿고 들어야만
모든 선지식께서 섭수하심에 이르게 된다”라고 합니다.
이러한 지혜를 ‘무량수경’에서 자세히 설명하는 내용은 없지만,
네 가지로 이름합니다.
담란과 원효가 각 지혜에 대해 해설한 것에 기초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중생의 생각으로는 알 수 없으므로 ‘부사의지’,
언어로 표현할 수 없으므로 ‘불가칭지’,
빠짐없이 모든 중생을 제도하므로 ‘대승광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으뜸가는 지혜이므로 ‘무등무륜최상승지’라고 합니다.
아미타불의 지혜는 본원(本願)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그 작용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토 법문은 중생 구제의 서원을 세워 극락을 이루신 아미타불께서
중생에게 보낸 초대장입니다.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 윤회를 끊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데
그 초대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명신불지’는 아미타불의 초대장에 중생이 어떻게 화답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부분입니다.
중생에게는 아미타불의 지혜를 이해할 방도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믿어야 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미탄 스님 mitankha@gmail.com
[1764호 / 2025년 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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