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 스님의 가시를 거두세요]
“꿈은 마음이 만든 의식의 경계입니다”
- <19·끝> 자꾸 꿈에 집착합니다 -
아무리 신통한 꿈도
집착하게 되면 오히려 독이 됩니다
꿈은 내 마음이 만든 것입니다
꿈을 굴리는 사람이 되어야지
꿈에 굴림을 당해서는 안 됩니다
“스님, 같이 절에 다니는 도반이 자꾸 꿈에 집착합니다.”
꿈이라, 꿈은 마음이 만든 의식의 경계입니다.
꿈도 여러 가지 경계가 있습니다.
미래를 맞추는 신통방통한 예지몽이 있고, 전혀 쓸데없는 그냥 개꿈도 있습니다.
온갖 꿈의 세계가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꼭 명심해야 합니다.
꿈은 그냥 꿈입니다.
아무리 신통한 꿈도 집착하게 되면 오히려 독이 됩니다.
꿈은 내 마음이 만든 것입니다.
꿈을 굴리는 사람이 되어야지, 꿈에 굴림을 당해서는 안 됩니다.
옛날 옛적에 과거 시험을 준비하던 선비가 있었습니다.
지방에 살던 선비는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서울로 길을 떠났습니다.
서울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에 해가 지고 날이 컴컴해졌습니다.
선비는 근처 마을 주막에 가서 하룻밤 묵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에 생생한 꿈을 꾸었습니다.
선비가 턱하니 앉아 밥을 먹으려는데 갑자기 밥상이 확 엎어지는 꿈이었습니다.
자기 꿈에 놀라 잠에서 벌떡 깬 선비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아이고, 밥상 엎어진 꿈을 꿨으니 이번 과거 시험도 다 엎어졌구나.”
의욕이 사라진 선비는 집으로 그냥 돌아갈까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때 멀리서 은은하게 목탁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선비는 답답한 마음에 목탁 소리를 따라 절을 찾아갔습니다.
작은 암자를 발견하고 슬쩍 들어가 보니 노스님이 툇마루에 앉아 있었습니다.
선비는 노스님께 다가가서 자신의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노스님은 선비의 꿈 이야기를 다 듣고는 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노스님은 선비를 향해 말했습니다.
“젊은 선비양반. 그 꿈은 아주 좋은 꿈이오.”
선비는 깜짝 놀라며 말했습니다.
“스님, 밥상이 엎어졌는데 좋은 꿈입니까?”
노스님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선비양반, 생각해보시오.
밥을 먹으려는데 밥상이 엎어졌으니 어떻게 해야 합니까?
상을 다시 차려야지요.
그러니 시험 보기 전에 밥상이 엎어졌으니
이제는 시험에 합격해서 새 밥상을 차려 먹는다는 뜻이오.
이게 좋은 꿈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그때서야 선비가 환하게 웃으며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스님. 그런 깊은 뜻이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비가 즐거운 마음으로 절에서 나간 뒤
옆에 있던 동자승이 노스님께 여쭈었습니다.
“스님, 그 꿈이 그런 뜻인가요? 정말 놀랍습니다.”
동자승의 말에 노스님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허허, 나야 모르지.”
동자승이 깜짝 놀라서 다시 여쭈었습니다.
“스님, 그런데 왜 그런 해몽을 하셨습니까?”
노스님이 동자승을 미소로 바라보며 대답했습니다.
“꿈이란 것은 본래 마음이 만든 것이란다.
좋은 꿈도 나쁜 꿈도 마음이 만들었는데
자기 마음이 만든 꿈에 자기가 스스로 속고 있구나.
좋은 꿈이든 나쁜 꿈이든 그 선비의 마음이 편안해졌으면 그걸로 되지 않았느냐.
허허허.”
며칠 후에 그 선비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노스님을 찾아와
과거 시험에 합격했다고 감사의 인사를 올렸습니다.
“스님의 해몽이 정말 용합니다.
스님의 해몽 덕분에 제가 큰 힘을 얻어
시험을 보면서 더욱 편안히 집중할 수가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과거 시험에 합격한 선비는 머리가 땅에 닿도록 감사의 인사를 올렸습니다.
꿈을 굴려야지 꿈에 굴림을 당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선비가 꿈에 굴림을 당해서 시험을 포기했거나
찝찝하고 답답한 마음으로 시험을 보았다면 좋은 결과를 놓쳐버렸을 겁니다.
옛사람이 말했습니다.
“인생이 한바탕 꿈인데 꿈만 꿈인 줄 알지, 현실도 꿈인 것은 모르는구나.”
또한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꿈속에서 꿈을 꿔놓고 꿈속에서 꾼 꿈을 집착하고 있구나.”
꿈은 마음이 만든 환상일 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좋은 꿈도 집착하면 독이 됩니다.
신통방통한 꿈이 있습니다.
꿈을 꾸었는데 꿈에서 본 내용대로 일이 척척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마음이 만든 현상일 뿐입니다.
신통한 꿈도 집착하면 독이 되어버립니다.
불교에는 몽중가피가 있습니다.
몽중가피는 ‘꿈속에서 불보살님의 은혜를 받는 것’입니다.
기도를 하고 잠에 들었더니 몸에서 더러운 것이 빠져나가는 꿈을 꾸었거나
꿈속에서 부처님과 보살님을 뵙고는 병이 낫고 걱정근심이 사라지고
일이 술술 풀린 불자님들의 사례가 굉장히 많습니다.
부처님께 의지하고 간절히 기도하면 몽중가피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신묘한 몽중가피도
너무 집착하면 오히려 수행에 장애가 된다고 했습니다.
수행하는 진정한 불자라면 좋은 꿈도, 나쁜 꿈도 모두 내려놓아야 합니다.
좋은 꿈을 꾸든지, 나쁜 꿈을 꾸든지, 그냥 수행할 뿐입니다.
염불하고 기도할 뿐입니다.
좋은 꿈을 꾼다고 꼭 좋은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나쁜 꿈을 꾸었다고 꼭 나쁜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꿈에 황금 돼지꿈을 꾸었는데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주 나쁜 꿈을 꾸었는데 별일 없이 넘어간 적도 참 많았습니다.
오히려 좋은 꿈을 꾸었다,
나쁜 꿈을 꾸었다라고 집착하는 마음이
온갖 분별심을 내고 마음을 산란하게 만듭니다.
그저 우리는 수행하고 닦고 정진할 뿐입니다.
좋은 꿈을 꾸었다고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나쁜 꿈을 꾸었다고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불교는 철저하게 ‘인과법’입니다.
내가 지은 인연대로 모든 원인과 결과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좋은 꿈을 꾸려고 노력하지 말고
그저 묵묵히 복을 짓고 선업을 쌓고 공덕을 닦을 뿐입니다.
우리 주위를 보면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착각 속에 스스로 묶여 집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별일도 아닌 일에 어떤 징조나 조짐이라고 집착하며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투명하게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면
내가 만들어낸 집착의 그림자에 스스로 집착하고 속았음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항상 깨어있어야 합니다.
꿈보다 해몽이란 말이 있습니다.
어떤 해석이든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꿈에 굴림을 당하지 말고 꿈을 굴리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마음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굴리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꿈이란 마음이 만든 세계이고, 마음의 주인공은 나 자신임을 알아야 합니다.
기도를 열심히 하면 저절로 좋은 꿈을 꾸게 됩니다.
기도를 열심히 하면 나쁜 꿈을 꾸어도
기도의 힘으로 부정적인 에너지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수행이 깊어지면 꿈을 꾸지 않습니다.
성인무몽(聖人無夢) ‘성인은 꿈을 꾸지 않는다.’ 라는
말씀을 잘 음미해 보기 바랍니다.
[불교신문 3798호/2023년12월12일자]
해인총림 해인사 상임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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