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 스님의 가시를 거두세요]
“이만해서 다행입니다…참 다행입니다
- <18> 사기를 당했습니다 -
사기 당한 것이 더 아까울까요?
후회와 불안속에서 사는 것이 더 아까울까요?
사기 당하고 손해 본 것은 뼈아픈 고통이지만
그래도 내 자신의 중심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스님, 믿었던 사람한테 큰 사기를 당했습니다.
너무나 힘들고 괴롭습니다.”
얼마나 괴롭고 답답하실까요.
얼마나 힘들고 갑갑하실까요.
어서 마음의 평화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우리 앞에 펼쳐진 모든 인연이 다 자기가 지은 업(業)이라고 합니다.
좋은 인연도 내가 지은 업이요, 나쁜 인연도 내가 지은 업이라고 합니다.
나를 배신하고, 나에게 사기를 저지른 그 사람은 당연히 나쁜 사람입니다.
하지만 물은 이미 엎질렀고 일은 이미 엎어졌습니다.
지금 그 사람을 계속 원망하고 미워하면 내 마음만 더욱 괴로워질 뿐입니다.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법적으로 처리하고,
상식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는 순리대로 해결하되,
먼저 내 마음의 평화를 되찾아야 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의 일입니다.
부처님께서 숲속에 고요히 앉아 계셨습니다.
마침 서른 명의 젊은이들이 기생을 데리고 소풍을 왔습니다.
술 마시고 흥청망청 놀다가 젊은이들이 지쳐 잠에 빠졌습니다.
기생은 값비싼 물건을 챙겨 몰래 도망을 갔습니다.
젊은이들은 잠에서 깨고 귀중품이 없어진 것을 알고는 기생을 뒤쫓았습니다.
그때 젊은이들은 숲속 나무 아래 고요히 앉아 계시는 부처님을 마주쳤습니다.
젊은이들이 물었습니다.
“혹시 여인이 지나가는 것을 보셨습니까?” “왜 여인을 찾습니까?”
“저희가 놀다 잠이 들었는데 기생이 몰래 물건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그래서 지금 찾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서른 명의 젊은이들을 찬찬히 바라보며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들이여, 여자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한가,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한가?”
젊은이들이 깜짝 놀라며 대답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자리에 앉으시오.
그리고 귀를 기울이시오.”
자리에 앉은 서른 명의 젊은이들은
부처님께 진리의 말씀을 듣고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불자님, 이와 같습니다.
사기당하고 손해 본 것은 뼈아픈 고통이지만
그래도 내 자신의 중심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사기 당한 것이 더 아까울까요?
내 자신을 후회와 불안 속에서 사는 것이 더 아까울까요?’
내 마음의 평화를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아프고 힘든 지금이야말로 마음을 공부할 가장 중요할 때입니다.
저와 친분이 깊은 젊은 스님이 계십니다.
그 스님이 오래전에 큰 사기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산에서 공부만 하던 분이라 순진한 성격에 넋 놓고 사기를 당한 겁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어이없고 기가 막히더랍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정신이 없더랍니다.
며칠을 멍하니 지내며 사기 당한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자다가도 벌떡 깨더랍니다.
그 때 스님은 이렇게 생각했답니다.
‘내가 그래도 머리 깎은 부처님 제자인데 이런 일로 마음을 놓쳐서야 되겠는가.’
그 후로 그 일이 생각날 때 마다
마음속으로 염불하고 기도하면서 이렇게 되새겼다고 합니다.
‘다행입니다. 참 이만해서 다행입니다.
몸 다치고 아픈 곳 없이 이 정도에서 끝나서 다행입니다.
전생에 아마도 지은 빚이 있는데 이번 생 갚아서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부처님.’
이렇게 마음을 다스리면서 점점 가슴이 편안해지며 그 때의 아픔을 잘 넘겼다고 합니다.
저도 직접 이야기를 듣고 많이 배운 바가 있었습니다.
어느 중년의 여성 불자님이 있었습니다.
부동산 문제로 복잡한 일에 연루가 되어 큰 손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좋은 일로 시작했는데 믿었던 사람한테 배신당하고 손해도 크게 보고
친한 지인들에게 오해를 받아 손가락질을 받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밤마다 잠을 설치고 악몽을 꾸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습니다.
사건이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시끄러운 말들만 쏟아졌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보내는데 이러다 자기가 죽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완전히 피폐해졌습니다.
도저히 힘들어서 평소 다니던 절에 주지스님께 하소연을 했습니다.
“스님, 제가 이러다가 죽겠습니다.
너무 괴로워 하루하루가 지옥입니다.”
주지스님이 딱 한마디 하더랍니다.
“부처님께 매일 절을 하십시오.”
평소에 스님들 법문을 듣다가 오체투지 절수행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너무나 괴로워서 법당으로 가자마자 절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108배를 하는데 어찌나 힘들던지 숨이 턱턱 차고 허벅지가 덜덜 떨렸습니다.
그저 ‘부처님 저 좀 살려주십시오.’
속으로 간절히 외치면서 108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데
녹초가 돼서 간만에 잠을 푹 잤다고 합니다.
잠이라도 푹 잔 것만으로 효과 있구나 생각이 들어서 매일 매일 부처님께 절을 올렸습니다.
법당에 못가면 집에서라도 절을 했는데 땀을 쭉 빼며 열심히 절을 하니
머리가 시원해지고 가슴에 답답한 울화가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점점 숫자를 올려서 300배, 500배, 1000배까지 절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절할 때는 허벅다리에 근육통이 심했는데
다리에 단단한 근육과 힘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선가 삼천배를 하면 소원성취 한다는 말을 듣고 작심하여
밤새서 삼천배에 도전했습니다.
이천배를 넘어가서는 거의 울면서 끝까지 절을 마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몇 개월 동안 꾸준히 절을 하면서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 정리가 되더랍니다.
처음에는 그저 ‘부처님 저 좀 도와주세요’ 라고 절을 했는데
절을 하면 할수록 마음이 편안해지고 언제부터인가 ‘내가 욕심이 많았구나.
다 내 욕심 때문에 일어났구나.
다 내 탓이다’ 라는 생각이 저절로 일어나는 겁니다.
그리고 절을 하면서 ‘부처님, 저의 욕심을 참회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라는 마음으로 절을 올리게 됩니다.
그 때부터 복잡했던 일들이 풀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 ‘모든 집착을 그냥 내려놓겠다’ 라는 마음으로
최대한 양보했더니 결국에는 이런 저런 일들이 잘 마무리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 부처님께 절을 하면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부처님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절을 하면 할수록 마음이 편안해질수록 이렇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부처님 다 제 탓입니다. 저의 욕심과 업보를 참회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기도한답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이만해서 참 다행입니다.
제게 마음의 평화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이 이야기를 듣고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물론 이것이 쉬운 일은 절대 아닙니다.
눈앞에서 내가 사기를 당하고 내가 배신을 당한다면 누구라도 속이 뒤집힐 겁니다.
머리 깎은 저라도 큰 충격을 받을 겁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물은 엎질렀고 일은 엎어졌습니다.
그러니 마음이라도 잘 다스려야지요.
마음에 평화를 되찾기 바랍니다.
물론 많이 힘들고 많이 괴롭겠지요.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잘 보살피고 닦아야 합니다.
법적으로 처리할 일은 법적으로 처리하고, 순리대로 풀어야 할 일은 순리대로 풀되,
답답한 마음을 내려놓고 부처님께 절을 올리며 마법의 주문을 외우시기 바랍니다.
“이만해서 다행입니다. 참 다행입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불교신문 3795호/2023년11월21일자]
광우스님 해인총림 해인사 상임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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