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할머니의 봄
- 詩 김용화 님 -
깊은 산골 오두막에 할머니가 삽니다
해와 달과 별과 꽃과 새와 나비는 할머니 가족입니다
토방 위엔 온종일 햇빛이 뛰놀고
밤 되면 먼 나라 아기별들이 속삭여줍니다
궁노루 발짝 찾아가며 버들개지 피고
산벚나무 꽃망울 붉어지면
도란도란 도랑 물소리 귀를 맑게 틔우며
오두막을 안고 먼 길 흘러갑니다
섬돌 밑에 두꺼비와 아침인사 나누며
할머니 갈퀴손은 바빠집니다
울 밑에 오이 놓고 하늘 위로 박 올리고
할머니 등이 호미처럼 굽었습니다
낮은 어깨는 장닭한테 쫓기는
노랑나비 청개구리의 피신처가 됩니다
지난봄에 태어난 병아리가 오늘은 하얀 알을 낳았습니다
폭설에 다리를 다친 아기고라니가
할머니 방에서 겨울을 나고 산으로 갔습니다
도라지 밭을 매다 할머니 쪽잠을 잡니다
물끄러미 지켜보던 검둥이도 할머니 등에 기대 깜박 잠이 듭니다
지나던 해님이 내려다보고
산그늘 한 자락 끌어다 가만가만 덮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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