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 스님의 법성게 강설]
- 하나 가운데 전체 있고 전체가 곧 하나 된다 -
작은 티끌 하나에도 생사 있고 한량 없는 우주에도 생사가 있어
겨자씨에 수미산 담겼단 말은 마음에 만권 책 담긴 이치와 같아
일중일체다중일(一中一切多中一)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
“하나 속에 일체(시방삼세, 十方三世)가 있고 일체(一切) 가운데 하나가 있다.
하나가 곧 일체이고 일체가 곧 하나이다.”
하나에도 생사(生死) 고락(苦樂)이 있고 여럿에도 생사고락이 있는 것이니,
괴로운 가운데에도 즐거움이 있고 불행한 가운데에도 행복이 있다.
간단히 해석한다면,
하나에도 생사(生死)가 있고 일체(시간과 공간)에도 생사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하나도 내 마음이 만들고, 일체도 내 마음이 만드니,
곧 하나에도 고락(苦樂)이 있고 일체에도 고락이 있다는 뜻이다.
아주 작은 세포 하나에도 생사(生死) 고락(苦樂)이 있고,
그 하나하나가 모인 나의 몸도 곧 하나의 몸이고,
하나하나의 티끌에서부터 수많은 별들이 모인 우주 전체 덩어리도 하나에 불과한 것이니,
하나의 티끌에도 시방삼세(十方三世, 시간과 공간)의 일체(一切)가 있고,
그 하나하나가 모인 우주 전체도 하나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 해석한다면,
작은 것에도 태어남과 죽음의 생사가 있고, 또한 행복과 불행이 들어있으며,
큰 것에도 태어남과 죽음의 생사가 있고, 또한 행복과 불행이 스며 있다.
또 작은 티끌 하나에도 생사가 있고, 큰 우주 덩어리에도 생사가 있으니,
하나 가운데 일체가 있고, 일체 가운데 하나가 있으며,
일체가 곧 하나이고 하나가 곧 일체라는 뜻이다.
따라서 내가 감지하는 생각이나 물질 등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가 모여서 전체를 이루고,
전체가 흩어져 하나하나가 되니, 하나가 하나가 아니요, 전체가 전체가 아니다.
그러므로 하나의 생멸(生滅)이 전체의 생멸을 낳고, 전
체의 생멸이 하나의 생멸을 낳으니, 하나를 낳으면 전체를 낳고,
전체를 낳으면 하나를 낳는 것임으로, 하나가 곧 전체요, 전체가 곧 하나를 이루게 된다.
쌀 한 톨에도 전생과 금생, 내생이 담겨있고, 또 수많은 사연이 스며 있다.
이러한 티끌들이 모여 우주 전체를 이루고 있으니,
이 우주 전체의 일체 가운데에도 삼세(三世, 과거와 현재, 미래)가 들어있고,
수많은 인연이 스며 있으니 하나 가운데 전체가 들어있고 전체가 곧 하나가 되는 것이다.
아주 작은 기분이 아주 큰 기분을 낳고, 아주 큰 기분이 아주 작은 기분을 낳으며,
작은 기분 안에 큰 기분이 있고, 큰 기분 안에 아주 작은 기분이 있다.
그러니 아주 작은 기분은 아주 큰 즐거움과 괴로움을 낳고,
아주 큰 기분은 아주 작은 즐거움과 괴로움을 낳으니,
따라서 즐거움이 곧 괴로움이 되고, 괴로움이 곧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하나에도 생로병사(生老病死)와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있고,
일체 모든 것에도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이 있으며,
또 하루에도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이 있고,
평생에도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이 있으며,
전생에도 금생에도 내생에도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거듭한다.
만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 선사를 찾아와 하는 말이,
“‘수미산에 겨자씨를 넣는다’는 말은 알겠으나
‘겨자씨에 수미산을 넣는다’는 경전의 말은 거짓이 아닌가?” 하고 물었다.
선사 왈 “그렇다면 당신 몸 어디에 만권의 책이 들어 있을꼬?”
마조선사의 법통을 이은 귀종(歸宗)선사께 만권(萬券)의 책을 읽은
‘이만권’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발이 질문한 내용이다.
이와 같이 보이지 않는 마음에도 만권의 책이 들어있는데, 하물며 하나의 티끌 속에서랴.
우주 또한 우주 저 밖에서 보면 하나의 티끌에 불과할 뿐이니,
화엄의 세계란 참으로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이를 화엄경에서는 사사무애법계(事事無礙法界),
중중무진(重重無盡), 무진연기(無盡緣起)라 표현한다.
즉, 하나의 사사건건이 법계(法界)를 이루게 되는 모습이고,
앞으로도 끝이 없고 뒤로도 끝이 없으며, 육도윤회(六道輪廻)도 연기(緣起)할 뿐이다.
하여, 작은 일이나 큰 일이나 그 속에서 오락가락할 뿐이니,
어디에 목적이 있으며 어디에 결과가 있겠는가.
또한 어떤 것이 옳고 그르며, 무엇을 얻고 잃을 것인가.
고로 집착할 필요도 없거니와 욕심을 일으키거나 아쉬워할 것도 없으니
모든 것 인연에 맡기고 늘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 모든 것도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니, 마음 한번 돌려 삭제하면,
어디에 미련이 있을 것이며, 어디에 집착하여 마음 상할 것이 있겠는가.
이래도 그런 것이요, 저래도 그런 것이니, 그저 탁 놓고 인연 따라 무심으로 맞아들일 뿐이다.
그래도 놓지 말아야 할 습이 있다면, 기도, 참선, 보시, 정진이 되어야 한다.
진우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sansng@hanmail.net
[1766호 / 2025년 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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