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 스님의 반야심경 강설]
- <7> “본성의 지혜 원만해지면 상락아정(常樂我淨) 적멸의 삶” -
알라딘이 램프를 구하는 동굴탐험은 목숨을 건 수행을 뜻한다.
죽을 각오가 된 사람이라야 자신의 심성을 향한 탐구를 시작한다.
수행이 깊어지면 인식의 주체가 탈바꿈하여 네가지 지혜가 발현된다.
행하는 것을 성취시키는 성소작지(成所作智),
모든 것을 깊고 미묘하게 살필 수 있는 묘관찰지(妙觀察智),
나와 남이 둘이 아닌 경지인 평등성지(平等性智),
크고 맑은 거울이 모든 것을 비춰보는 대원경지(大圓鏡智)가 발현된다.
제7강 알라딘의 요술램프에서 본 지혜완성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3년간 학교 도서반장을 맡으면서,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어 나갔다.
그 결과 3년간 선생님들이 보는 문학전집과 사전류까지 약 3000권을 읽었다.
4학년 때 아주 재미있게 읽은 앙투앙 갈랑의 <천일야화> 속에 있는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있었다.
이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심오한 수행의 전개를 상징한다는 것은 알게된 것은
본격적으로 출가하여 목숨을 걸고 정진하던 이십대 중반이었다.
중국대륙 어느 나라에 무스타파라는 가난한 양복장이 부부와 아들 알라딘이 살고 있었다.
알라딘은 놀기를 좋아했고 부모의 말도 듣질 않았다.
무수타파는 알라딘 때문에 크게 상심해서 일찍 죽고,
그의 아내는 모든 것을 정리한 후 목화 실을 뽑아 팔아서 겨우 살아가고 있었다.
방탕하고 부랑아였던 알라딘이 16살이 되었을 때 멀리서 온 마법사를 만나게 되는데,
마법사는 삼촌이라고 속여서 여러 가지 선물을 했다.
이어 부자로 살게 해 주겠다는 약속으로 알라딘 모자의 환심을 샀다.
어느 날 들뜬 알라딘을 데리고 멋진 구경을 시켜준다면서 이곳저곳을 다니던 마법사는,
도시로부터 먼 곳에 있는 ‘비슷한 높이의 두 언덕(兩邊)’ 사이에 도착하자 불을 피우고
주문을 외워 지하 동굴의 입구인 석판이 나타나게 했다.
마법사가 알라딘에게 말했다.
“석판 아래에는 엄청난 보물이 있는데, 모두 너에게 주겠다.
나는 석판을 열 수도 없고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오직 너만이 할 수 있다.”
알라딘은 마법사의 말대로 석판을 열었더니 계단이 나타났다.
마법사가 말했다. “자, 지하계단을 따라 내려가거라.
끝에 이르면 둥근 천장의 지하공간으로 통해 있다.
다음엔 넓은 방 세 개가 차례로 나타난다.
각 방에는 금과 은이 가득한 청동항아리가 네 개씩 있는데,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돼.
그리고 옷자락도 벽에 닿으면 죽으니 닿지 않게 해라.
세 번째 방을 지나면 다시 문이 있는데, 과일이 열린 나무들이 있는 정원이 나타난다.
그 정원을 가로질러 가면 50계단이 있고 그 위 움푹 파인 곳에 불이 켜져 있는 램프 하나가 있다.
불을 끄고 액체를 비운 뒤에 품에 넣고 가져오면 된다.
정원의 과일은 얼마든지 가져도 된다.”
알라딘은 마법사가 위험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빌려준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시키는 대로 들어가 램프를 품고 동굴입구로 왔다.
마법사가 램프를 먼저 달라고 했으나 알라딘이 말을 듣지 않자
마법사는 주문을 외워 동굴입구의 석판을 닫아버리고 떠나갔다.
동굴에 갇혀 있던 알라딘이 기도를 하기 위해 손을 모으자 반지의 요정이 나타났고,
요정의 도움으로 동굴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왔다.
먹을 것이 떨어지자 알라딘은 램프를 팔아 양식을 구하기로 했고,
어머니가 램프의 먼지를 닦느라 문지르자 램프의 정령(지니, Genie)이 나타났다.
처음엔 정령의 활용법을 잘 몰라서 음식만 부탁했고,
나중에는 점차 더 큰 활용법을 터득하여 살림도 넉넉해졌다.
알라딘 역시 수준 높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그러다가 우연히 공주를 보게 된 알라딘은 사랑에 빠졌고,
갖은 노력 끝에 정령의 도움으로 공주와 결혼을 하였다.
알라딘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된 마법사가 다시 찾아와 알라딘이 사냥을 나간
사이에 공주에게 헌 램프를 새 램프로 바꿔 준다고 속여 요술램프를 손에 넣었고,
램프의 정령은 공주와 알라딘의 집을 아프리카로 옮겨가 버렸다.
문득 반지의 요정을 생각해 낸 알라딘은 요정으로 도움으로
아프리카에 있는 공주 곁으로 갈 수 있었고, 꾀를 내어 공주와 함께 마법사를 죽였다.
램프를 되찾은 알라딘은 정령의 도움으로 왕궁 앞에 있던 본래의 자리로 집을 옮겼다.
이후 술탄이 죽자 공주는 여왕이 되어 알라딘과 잘 살았다.
이 얘기의 주인공 알라딘(Aladdin)은 알라(하나님)와 딘(종교)의 합성어라고 한다.
‘알라딘의 램프’를 구성한 사람이 누구였건 아마도 정신적 수행이 아주 깊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 얘기에서 핵심은 말썽꾸러기 알라딘이 동굴에 들어가 램프를 가지고 나오는 부분이다.
그 부분은 목숨을 걸고 온갖 유혹을 이겨낸 치열한 수행과도 같은 것인데,
그 다음의 행복한 삶은 당연히 뒤따르는 해탈의 결과이다.
방탕하고 부랑아였던 알라딘은 어리석은 중생의 모습이다.
그래서 ‘새로운 정보나 지식(마법사)’에 쉽게 끌려간다.
어리석은 이의 특징은 이쪽과 저쪽에 치우친다(비슷한 높이의 두 언덕 사이).
그런데 마법사가 불을 지피고 주문을 외면서 향유를 뿌리는 것과 같은 특별한 순간이 오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자신의 내면으로 통하는 입구(동굴입구의 석판)를 만나게 되고,
두려움 속에서도 그 계단을 내려간다.
그때 흔들리지 않는 믿음(마법사의 반지)이 위안이 된다.
내면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면 탐냄, 화냄, 어리석음의 방이 보인다.
각 방에는 보석들이 가득한 항아리 네 개가 있다.
어리석을 때는 그 방의 것들 즉 부자·고위직·명예 등이 금은보화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그것은 생로병사 윤회의 빌미가 된다.
그러니 그 방의 벽에 옷자락만 스쳐도 죽음에 이른다.
그 방을 지나면 이제 시원한 정원이 나타난다.
이 정원은 잠깐씩 위안을 받는 어설픈 명상 따위가 아니라
오온(五蘊, 몸과 인식기능)의 작용에서 자유로워지는 아주 깊은
제8멸진정(滅盡定, Nirodha-Samāpatti)과 같은 최고 선정(禪定)의 정원이다.
시끄러웠던 바깥경계에서 깊은 선정의 정원으로 들어가면
참 아름답고 멋진 보석의 과실수가 즐비하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면 해탈과는 거리가 멀다.
스스로 과실나무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고타마 싯다르타가 무색계(無色界) 최고 선정인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
거친 생각은 사라지고 생각의 흐름만 남는 선정)도 해탈로 인정하지 않았던 이유다.
다시 보살의 수행계위(修行階位)인 50위(十信, 十住, 十行, 十廻向, 十地)를 상징하는
가파른 50계단을 올라가면 거기 거의 깨달음에 들어선 등각(等覺)의 램프(제51위)가 있다.
그 램프를 지니게 되면 세상의 주인이 된다.
물론 중간에 몇 번의 유혹이나 장애가 나타나긴 하지만 결국 완벽한 본성의 지혜가
원만한 경지에 이르고(완전한 깨달음인 妙覺, 제52위),
본성의 지혜가 원만해지면 상락아정(常樂我淨) 적멸(寂滅)의 삶이 전개된다.
알라딘이 램프를 구하는 이 동굴탐험은 목숨을 건 수행을 뜻한다.
죽을 각오가 된 사람이라야 자신의 깊은 심성(心性)을 향한 탐구를 시작한다.
수행이 깊어지면 인식의 주체(心王)인 전오식(前五識)·제6의식(意識)·제7말나식(末那識)·
제8아뢰야식(阿賴耶識)이 탈바꿈(轉變)하여 네 가지 지혜(四智)가 발현된다.
즉 행하는 것을 성취시키는 성소작지(成所作智),
모든 것을 깊고 미묘하게 살필 수 있는 묘관찰지(妙觀察智),
나와 남이 둘이 아닌 경지인 평등성지(平等性智),
크고 맑은 거울이 일체 모든 것을 비춰보는
대원경지(大圓鏡智)가 발현될 때 비로소 깨달았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알라딘이 램프를 원만하게 사용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서울 개화사 주지 송강스님.
[불교신문 3860호/2025년3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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