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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이야기

-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증도가 강설] -

by 수선화17 2024. 5. 2.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증도가 강설]

- <1> 연재를 시작하며 -

 

분별 집착 없으면 여여(如如)한 중도(中道)의 마음 유지

육조혜능의 법을 계승한 영가스님

참선수행자에 전하는 표준 교과서

깨달음의 경지를 게송으로 노래해

 

영가(永嘉)스님의 휘(諱)는 현각(玄覺)이요,

자(字)는 도명(道明), 성은 대(戴)씨이고,

절강성 온주부 영가현(浙江省 溫州府 永嘉縣) 의 사람입니다.

 

어릴 때부터 동진출가(童眞出家)하여 경율론(經律論) 삼장(三臟)을 섭렵하고,

외전에도 널리 통달하였으며, 본래 천태종의 천태지관(天台止觀)을 익혀

그 묘(妙)를 얻어, 항상 선관(禪觀)으로 수행하였습니다.

 

현책(玄策)선사를 만나 육조혜능대사(六祖慧能大師)를 찾아가서

법거량(法擧揚)을 통해 인가를 받았는데, 그때 영가스님의 나이는 31세였습니다.

 

영가스님은 선천(先天) 2년(서기 713년) 10월 17일에 입적하시니 세수 39세였으며,

시호(諡號)는 무상대사(無相大師), 탑호(塔號)는 정광(淨光)이라 하였습니다.

그해에 육조스님께서도 돌아가시니 세수 76세였습니다.

영가스님이 육조혜능스님보다 수승하다고까지 평가하는 이도 있으나,

“스스로 조계의 길을 깨친 뒤로, 나고 죽음과 상관없음을 분명히 알았다.”고 하여,

조계산에 있는 육조혜능스님을 찾아와 근본을 확철히 깨쳤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듯이,

육조혜능대사의 법을 고스란히 잇고 있습니다.

 

선(禪)에서는 ‘한 번 뛰어 넘어 바로 여래지에 들어간다(一超直入如來地)’고

많이 주장하는데 대해서, 교(敎)에서는 ‘점차로 닦아서 성불하는 것’,

즉, 점수(漸修)를 표방하므로 서로가 정반대의 입장에 서게 됩니다.

 

영가스님의 <증도가>는 실제로 참선을 하는 수행자들에게는

만고의 표준이 되는 교과서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증도(證道)의 경지를 게송으로서 노래하고 있습니다.

 

실제 깨친 마음의 상태를 그 마음 그대로 최대한 글로서 표현한 내용이기에,

머리로서 이해하는 차원과는 전혀 다른 경지의 말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깨친 마음 상태’ 그대로 글로 표현 

머리로 이해하는 차원과 다른 경지

몸은 인연 따라 왔다 가는 ‘허깨비’

 

불교는, 마음을 깨치게 하기 위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합니다.

마음을 깨친다는 것은 한마디로 고통이나 괴로움이 전혀 없는 마음의 상태를 가리킵니다.

 

마음을 깨치지 못하면 인과(因果)의 윤회(輪廻)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부자 이거나, 천재이거나, 잘 생기거나,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다니거나,

집안이 좋거나, 등등.. 세상을 다 가진 전륜성왕(轉輪聖王)이라 할지라도,

괴로움과 죽음을 피할 도리는 없습니다.

 

잘 살려고 하면 할수록, 잘 못살게 되는 과보(果報)를 받아야 하고,

행복을 구하면 구할수록 불행의 인과(因果)를 겪어야 하는 것이 일체 중생의 한계입니다.

 

깨치지 못한 상태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불행하기 짝이 없는 윤회의 여정입니다.

그 누구도 생로병사(生老病死)를 뛰어넘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을 깨치려고 하는 행위 이외의 그 어떤 행동도 사실 인과(因果)를 벗어날 길이 없으므로,

그 어떤 삶도, 그 어떤 일도, 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고락(苦樂) 시비(是非)는 인과(因果)의 양식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잘 먹고 잘사는 것을 지극히 원하는 것은,

못 먹고 못사는 것이 이미 전제가 되어 있다는 증거이니,

이 둘의 분별(分別) 현상은 영원히 계속 엎치락뒤치락 할 것이므로,

고통과 괴로움, 지옥, 아귀, 축생의 삼악도(三惡道)를 면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삶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는 자체는 

인과의 단면으로 행위는 ‘환’ 일뿐

‘내가 지금 마음 편안한가’가 핵심

 

지난 몇 년간 설명한 “오늘의 명상”의 게송과 그 내용에 있어서,

불교의 요체에 해당하는 핵심을 보다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했으나,

능력부족으로 말미암아 어렵고 미진한 장광설이 많았던데

대해 깊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사실 오늘의 명상 내용을 잘 살펴보신다면, 살아가는 요령이나,

교과서적인 좋은 말, 삶에 있어서의 임시방편이나,

일시적인 효과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깨치지 않고서는

궁극적으로 절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마음을 깨치게 하기 위한 최선의 공부 방법으로, 법성게를 비롯한 신심명,

증도가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교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으나,

사실 스님들도 공부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보니,

아무리 쉽게 전달하려 해도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십분 이해하시고,

마지막으로 오늘의 명상을 찾는 독자들에게 한가지 조심스럽게 부탁드릴 것은,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불교 교리를 미리 숙지하시고 제 글을 대하신다면,

제가 편하고 보다 쉽게 설명해 나갈 수 있으리라 사료됩니다.

그럼 지금부터 증도가 강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불교신문 3802호/2024년1월9일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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